"제2의 전세사기 막으려면 분양대행업도 감독 강화해야"

'피해예방 제도개선' 간담
전세사기 사건 25% 연루 불구
정확한 집계도 안돼 관리 사각
금지행위 처벌규정 등 마련해야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등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신미진 기자

전세사기 범죄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부동산 분양대행업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만들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분양대행업은 건축 시행사로부터 분양을 위임받아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뜻한다. 최근 전세 사기에 가담한 의심자 중 7%가 분양대행업자로 추정될 정도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금지행위 기준 마련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등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제2의 전세사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개사뿐만 아니라 제도권 밖의 분양대행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전세 사기 가담자 970명 중 분양·컨설팅업자가 72명으로 7.4%, 건축주가 161명으로 16.6%였다. 요컨대 분양업자가 건축주와 공모해 갭투자자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전세 사기를 친 사례가 사실상 약 25%에 달하는 셈이다.




연간 30만호 이상의 건축물이 분양되면서 분양대행업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게 현실이다. 시장규모 집계 조차 정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분양대행 업체 수는 최소 2000개, 종사자 수는 4만 6000명가량이다. 그중 40명 미만의 영세업체 비중은 83%에 달한다. 현재 분양대행업에 관한 규정은 '주택법'에서 다루고 있지만 이마저도 30세대 이상 주택에서만 적용돼 빌라 등은 규제 사각지대로 꼽힌다. 개인 정보를 다루는 분양대행업자 교육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건설사업주체로 국한돼있다.


간담회를 공동주최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혁진 공동대표는 이 같은 현실에 분양 대행업자들의 불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분양 대행업자들의 불법스팸문자 발송을 방치하고 있는 인터넷진흥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소비자 피해 예방과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 기반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원 역시 "제도권 내 분양대행업자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등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간담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미진 기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분양 대행업이 국민들의 재산권과 주거권에 영향을 끼치지만 사적 계약 영역에 물고 있는 만큼 관련 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려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혜진 서울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부장)는 "금융의 경우 허위광고 제재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나 방안이 촘촘하게 마련돼있지만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며 "특히 부동산 자산은 인간의 기본 권리인 주거권과 맞닿아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부동산 분양·개발 기업 CLK의 최지태 사장은 "일부 영세 분양대행업체의 불법 행위가 전체 분양대행업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제도권에서 분양 대행업자를 관리하면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탁정호 한양대 융합산업대학원 교수는 "분양대행업과 분양을 맡긴 시행사간 연대보증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지난 8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의무사항, 금지행위, 처벌규정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분양대행업의 관리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정하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의 개인 정보를 다루며 부동산 계약 전반에 걸친 안내를 제공하는 부동산 분양대행업이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종식 의원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이는 사후대책에 불과할 뿐 서민들을 사전에 보호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토교통위원으로서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국민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분양대행업의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대안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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