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우리나라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 2025년부터 개인투자자가 직접 국내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민간 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고 이월 한도 규제를 풀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이번 대책에서 특이할 대목은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부터 배출권거래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 금융사의 탄소배출권 위탁거래를 허용할 방침이다. 마치 일반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살 때 증권사를 통해 위탁 매매를 하는 것처럼, 탄소배출권에 대해서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의 중개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우리나라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맨 처음엔 간접투자를 허용하다가 이후엔 직접투자까지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국내 탄소배출권과 연계한 ETF·ETN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환경부에서 국내 금융투자회사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시장 상황을 보고 빠르면 2025년부터 개인투자자의 탄소배출권 직접 투자까지 허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제도를 개정하기로 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시장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에선 할당 대상 기업 700여 곳을 제외한 투자자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2019년과 2021년에 각각 시장조성자와 증권사의 거래를 일부 허용하긴 했지만 이들이 총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도 10% 수준에 불과하다.
탄소배출권 이월 한도도 순매도량의 1배에서 3배로 완화한다. 현행 배출권거래제에선 정산 기한인 8월까지 탄소배출권이 남을 경우 이를 다음해로 넘기거나 시장에 팔아야 한다. 그러나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는 한도는 순매도량의 1배에 불과하다. 아 때문에 기업들은 남는 탄소배출권을 8월경엔 모조리 내다 팔아야 했다. 이로 인해 배출량 정산 시기인 6~8월엔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곤 했다.
다만 정부에선 이월 한도를 완전히 풀 경우 역으로 배출권 과잉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월 제한 규제 완화 방안을 고민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은 이월 한도를 3배로 완화해 가격 급변동을 푸는 데 중점을 뒀다”며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상세한 부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