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상황을 꾸민 후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약 13억 원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에서 캄보디아 현지 경찰서와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섭외하며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총책 박 모(63) 씨 등 5명을 특정정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공갈) 위반 혐의로, 이들의 범죄 수익금을 자금 세탁해 준 피의자 김 모(50) 씨 등 3명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를 포함한 5명은 지난 6월 말쯤 각각 총책, 바람잡이, 경비조달, 자금세탁관리, 브로커 역할을 나눠 맡고 “동남아시아에서 골프 여행을 하자”며 피해자를 유인한 뒤 현지에서 피해자가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상황을 연출해 약 13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특히 박 씨는 평소 골프 모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60대 사업가인 피해자 A씨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한 뒤 이번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람잡이 역할과 경비 조달, 범죄수익금 세탁, 브로커 등 공범도 모두 박 씨가 직접 섭외했다. 그는 범행을 위해 캄보디아에서의 골프 여행 일정 일체를 모두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캄보디아 현지 술집에서는 돈만 주면 쉽게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계획했다. 술집에서 만난 여성에게 돈을 준 뒤 A씨가 성매매에 연루된 것처럼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후 이들은 현지 경찰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섭외해 A씨와 바람잡이 등을 모두 체포해 캄보디아 시엠립의 한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리고 A씨에게 “나는 이전에 성매매로 체포됐을 당시 돈을 주고 풀려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것이기 때문에 합의를 할 수가 없다”는 취지로 겁을 준 뒤 “수사를 무마하려면 100만불(한화 13억 원)이 필요하다. 국내 계좌로 돈을 보내면 환치기를 통해 우리가 현지 경찰에게 돈을 입금해주겠다”고 요구했다.

A씨는 시엠립의 경찰서에서 약 5시간 동안 머무르다가 결국 국내 계좌로 3차례에 걸쳐 모두 13억 원 상당의 금액을 송금했다. 이에 피의자들은 귀국 후 은행 수십 곳(34개소)을 돌아다니며 범죄 수익금을 모두 현금화하고 수익을 분배했다. 피해자 A씨가 의심을 품기 시작하자 합의금을 공동분담하자며 범죄수익금 중 일부(5억 원)를 피해자에게 돌려주며 피해 신고를 막으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5억 원 가량을 실제로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은 A씨의 신고로 들통났다. 경찰은 7월 중순경 A씨의 피해 사실 첩보를 입수해 비행기 탑승기록, 통화내역 등을 통해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 5명을 특정하고, 이 중 브로커를 제외한 4명을 모두 구송송치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브로커 주 모(51)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한편,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주 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10년 넘게 마사지샵 등을 운영하면서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범죄 수익금을 자금 세탁해 준 피의자 김 씨 등 3명도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건은 피해자를 함정에 빠뜨린 후 수사 무마 명목 등으로 금품을 요구하여 갈취하는 전형적인 ‘셋업 (Set up)’ 범죄”라면서 “셋업(Set up) 범죄는 피해자 본인도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생각 하고 피해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이용한 범죄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며, 형사처벌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