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본회의에서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예고했다. 노동계는 21일 본회의 통과가 무산되더라도 노란봉투법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경영계와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산업계 큰 혼란을 초래한다고 강하게 반대한다. 이 평행선을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는 대법원이 불법파업 판결을 조속히 내리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0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불법파견 늑장판결을 지속하고 있다”며 “(국회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를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법파견은 노사와 제조 현장의 뇌관이다. 제조 대기업이 만든 사내하청이 불법인지 여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노동계는 사내하청 형태로 간접 고용한 근로자(파견업체 고용)를 직접 고용한 근로자처럼 일을 시켜 노동 착취를 해왔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사내하청의 근로조건은 대기업 직접 고용 근로자 보다 열악하다.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근로자는 직접 고용 대상이다.
이 때문에 2010년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인정 판결 이후 여러 대기업에서 불법파견 소송이 줄지어 이뤄졌다. 소송 기업은 현대차, 기아,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불법파견 소송 계류자가 6379명(19개 지회 소속)이라고 밝혔다. 이 중 대법원 계류자는 766명(11개 지회)이다.
불법파견 소송이 노란봉투법과 이어지는 ‘고리’는 노조가 불법파견을 주장하는 과정에 있다. 상당수 비정규직 근로자(사내하청 지회)는 원청(사측)을 상대로 불법파견을 인정하라며 소송과 집회·파업을 해왔다. 원청은 하청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이 현행 법상 불법이라고 보고 손해배상 소송으로 대응해왔다. 노동계가 파업에 따른 손배소를 제한하고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넓히는 노란봉투법을 촉구하는 배경이다. 노동계가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던 6월 대법원의 현대차 판결도 불법파견과 연관 있다.
문제는 불법파견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불법파견은 도급 관계를 파견 관계로 오인하거나 악용할 때 일어난다. 원칙적으로는 도급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나 명령을 할 수 없다. 반면 파견은 사용사업주(원청)가 파견근로자에게 지휘와 명령을 할 수 있다. 단,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에는 파견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제조 대기업에서 불법파견 소송이 누적된 이유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공정 성격부터 과정별 지시 여부, 방법 등을 얼마나 정확하게 볼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늦어질수록 소송 당사자인 근로자의 피해가 커지는 게 난제다. 금속노조가 대법원 앞에서 지속적으로 불법파견 소송 판단을 하라고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이유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경영계의 입장 차이는 극명해 좁혀지기 힘들다는 평가다. 노동계는 하청 근로자와 비정규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란봉투법이 반드시 입법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하청 근로자가 원청과 교섭에 나서야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하청 규모 차이 탓에 소속 근로자의 임금 차이도 심하다.
반면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입법 되면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수십·수백 개에 이르는 하청업체 노조들과 교섭을 요구 받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란봉투법 입법 이후 이 형태의 교섭을 거부한 원청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법과 제도로도 파업을 한 노조에 대한 불법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