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AI '실적개선 자신감' 5000억 부채 일시상환

5월 이어 11월 만기 회사채도 갚아
수주잔액 25조…대규모 투자 채비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11월 만기가 오는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일시 상환하기로 했다. 5월 만기 회사채 2000억 원을 갚은 데 이어 올 한 해만 50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갚은 것이다. 현재 400%가 넘는 부채 비율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최근 해외 전투기 수주에 따라 내년부터 실적이 대폭 개선되는 것이 확실하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11월 만기인 무보증 회사채 3000억 원을 차환이 아닌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11월 1.79% 금리로 발행한 회사채다. KAI는 5월에도 만기 회사채 2000억 원을 상환했다.


상반기 기준 KAI의 부채 비율은 422%로 5년 이래 가장 높다. 부채 대부분은 대규모 수주에 따른 선수금 기반의 ‘좋은 부채’다. 통상 전투기 등 수주를 하면 선수금을 받는데 이는 수익이 아닌 부채로 잡힌다. 수주가 완료되면 선수금은 수익으로 바뀐다.


KAI가 몇 개월 사이 50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것도 가득 찬 수주 때문이다. 상반기 수주 잔액은 25조 원 규모로 사상 최고치다. 3분기 이후에는 폴란드향 FA-50 인도가 시작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AI는 지난해 폴란드와 경공격기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만 4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민수 사업 수주도 7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현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KAI는 KF-21와 FA-50 수출형 개발 및 소형무장헬기(LAH) 양산과 미래 모빌리티, 독자 위성 플랫폼 투자, 방산 소프트웨어(SW) 기업 인수 등을 위해 2027년까지 1조 5000억 원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KAI의 염원인 미국 훈련기 시장 진출을 위해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기준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KAI가 우선 건전 재무구조를 만들기 위해 상환할 수 있는 부채는 털어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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