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K푸드’ 인기 못따라가는 정부 지원

박시진 생활산업부 기자


“맛이 나쁘지 않은데?”


한국인 모녀가 한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냉동 김밥을 먹으며 맛에 대해 대화를 한다.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 등장한 이 영상은 조회 수가 1100만 회를 넘어서며 미국에서 김밥 열풍을 일으켰다. 영상 속 ‘김밥’은 겉으로는 평범한 김밥처럼 보이지만 꽤 공을 많이 들인 제품이다. 통관이 까다로운 고기류 대신 우엉과 유부를 넣어 비건족들을 겨냥했다. 급속 냉각 기법으로 갓 만든 것 같은 식감을 구현했고 가격도 한 줄에 3.99달러(한화 5310원)로 햄버거 가격보다 싸게 책정했다. 이런 덕분에 미국으로 건너간 물량은 출시 2주 만에 모두 동이 났다.


해외에서 ‘K푸드’ 바람이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오히려 더 커지는 분위기다. 팬데믹 기간 한류 콘텐츠에 익숙해진 글로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제 자연스레 바이럴 마케팅까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덕분이다. 불고기·비빔밥과 같은 전통 한식만이 아니다. 소시지빵·단팥빵 등 ‘K베이커리’를 해외에 전파한 결과 파리바게뜨는 북미 지역에서 매장을 150개까지 확대했고 뚜레쥬르 역시 올해 안으로 미국 매장을 12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부터 떡·막걸리 등 전통 음식까지 SNS에서 인기를 끌며 유통 업계에서는 앞다퉈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K푸드 인기가 점점 거세지는 반면 정부의 체계적 지원은 아직 미미하다. 물론 홍콩·동남아 지역 등에서 박람회를 개최하고 해외 수출 성장을 도울 영업 전문가를 키우는 등의 시도를 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 지원 정책은 한류 스타나 해외의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한 단발성 마케팅에 치중돼 있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 식품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이 조금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을 늘 피력한다. 소위 물이 들어 왔음에도 노를 저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농산물을 비롯해 라면·홍삼 등 다양한 품목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