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은 첨단산업·국방 '게임 체인저'…반도체·ICT 접목해야"

[특별대담]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김재수 KISTI 원장
<게임체인저, 양자기술 고도화하려면…>
양자컴퓨터, 차세대 경쟁력 확보에 우선순위 돼
상업화하려면 오류 내성 지원 컴퓨팅 가능해져야
기초연구 성과가 벤처로 이어지는 생태계 필요
KISTI·자나두 파트너십 통해 플랫폼 통합 추진

김재수 KISTI 원장이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와 ‘게임 체인저, 양자기술의 현황과 미래, 과제’에 관해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ISTI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의 미래가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처럼 다소 부풀려졌다고 하더라도 첨단산업과 국방 등의 게임 체인저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기초연구 성과가 벤처·스타트업에 이전되는 혁신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과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전 KISTI에서 ‘게임 체인저, 양자기술의 현황과 미래, 과제’를 주제로 한 특별 대담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미국·캐나다·유럽·중국 등 양자기술 선도국들은 다양한 양자컴퓨팅 아키텍처(플랫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도 정보통신기술(ICT)과 반도체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캐나다 토론토에 설립된 자나두는 180여 명의 전문가를 확보한 광(光) 기반 양자컴퓨팅 벤처기업이다. 최근 현지를 방문한 구광모 LG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사회·정리=고광본 본지 선임기자(부국장)



-미래 산업과 국방 분야 등의 게임 체인저인 양자기술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퀀텀 내셔널리즘(양자 국가주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드브룩 CEO=미국·캐나다·중국·유럽·한국 등에서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자기술 발전에 탄력이 붙으면서 양자컴퓨터 개발은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우선순위가 됐다. 양자컴퓨터는 자동차·항공우주·금융·제약 등의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이버 보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 원장=양자기술은 지금까지 사용된 어떤 정보 처리 방법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해 많은 난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세계적으로 양자기술을 국가필수전략기술로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가 60시간 걸려 풀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200초 만에 풀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상당 기간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를 하이브리드 형태로 쓰는 게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위드브룩 CEO=미래에도 둘이 함께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컴퓨터는 특정 작업에 탁월해 슈퍼컴퓨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슈퍼컴퓨터는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둘의 강점을 결합할 때 시너지 효과가 있어 KISTI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인프라 구축에 나서려고 한다.


△김 원장=양자컴퓨터가 과학 문제 해결에 만능은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슈퍼컴퓨터를 대체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미래에는 둘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보완 관계로 발전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현재 챗GPT 등 초거대 AI와 관련해 장밋빛 전망 일색인데 양자기술도 그런 측면이 있지 않나.


△위드브룩 CEO=개인적으로 볼 때 사람들이 얘기하는 챗GPT의 미래는 다소 과대 광고된 측면이 있다. 양자컴퓨팅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양자기술의 우수한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나.


△김 원장=AI의 다양한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양자기술에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양자 머신러닝 분야가 대표적이다. 비록 지금은 의미 있는 활용 사례가 많지 않지만 물류·공급망 관리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의 최적화 문제에 양자 머신러닝은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이는 양자컴퓨팅의 기본 연산 성능이 고전 컴퓨터에 비해 장점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 될 때 가능하다.


△위드브룩 CEO=양자컴퓨터가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백만 개의 물리 큐비트를 갖춘 오류 내성 양자 컴퓨터 개발이 필수다. 양자컴퓨팅은 재료과학, 신약 발견, 암호화·최적화 작업 등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 잠재력이 있다. 자나두의 경우 차세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응용에 주력 중인데 양자컴퓨팅을 통해 더 길고 빠른 충전과 향상된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다.


-자나두를 비롯해 영국 오르카 컴퓨팅, 프랑스 콴델라 등의 광 기반 양자컴퓨팅과 초전도, 이온트랩 기반 양자컴퓨팅과의 차별점은 뭔가.


△위드브룩 CEO=광 기반 플랫폼은 다수의 큐비트를 광자를 이용해 상호 연결할 수 있어 다른 플랫폼에 비해 큐비트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광자컴퓨팅 스택은 실온에서 작동할 수 있어 극저온이 필요한 다른 아키텍처에 비해 양자컴퓨터를 더 빠르게 개발하고 수정할 수도 있다. 자나두는 통신 업계에서 쓰는 구성 요소를 활용해 양자컴퓨터를 패키징하는 방향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고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 생산)사들과 협력해 양자 광자 칩을 제조하고 최적화하려고 한다.


△김 원장=광 기반 양자컴퓨터는 초전도와 이온트랩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극저온이나 진공 상태가 필요 없고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다. 현재 광섬유로 인터넷 통신을 할 정도다. 멀티 큐비트로의 확장을 용이하게 해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최대 과제인 오류 정정 문제에서 다른 아키텍처에 비해 강점이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반도체칩 공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한국이 양자컴퓨팅을 잘할 수 있는 기반이 될까.


△위드브룩 CEO=그렇다. 한국이 갖고 있는 반도체 공정과 혁신 분야의 전문성은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양자컴퓨팅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파운드리는 양자 오류 정정과 오류 내성에 필요한 핵심 기술 요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자나두는 글로벌 파운드리 등 다양한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우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개발에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김 원장=반도체 제조 공정 핵심 기술들은 양자컴퓨터 제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비록 양자컴퓨터 분야로의 진입이 늦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제어 기술은 양자컴퓨팅의 경쟁력 확보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은 후지쓰의 세계적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후가쿠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2020~2022년 세계 슈퍼컴퓨터 톱 500에서 1등을 차지했다.






-양자컴퓨팅 외에도 양자정보통신과 양자센서 분야도 있는데.


△위드브룩 CEO=세 분야 모두 얽힘과 중첩 같은 양자정보의 고유한 특성에 의존한다. 양자컴퓨팅은 계산을 위해 큐비트 중첩을 사용하는 데 비해 양자통신은 안전한 데이터 전송을 위해 얽힘을 활용할 수 있다. 양자센서는 양자원리를 활용해 높은 측정 정밀도를 제공할 수 있다.


△김 원장=세 분야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핵심 기반 기술들이 상당히 많다.


-주요 국가의 양자컴퓨팅 경쟁력, 국가전략, 혁신 생태계를 비교한다면.


△위드브룩 CEO=양자기술 혁신의 최전선에는 미국·캐나다·중국·유럽·영국 등이 있다. 이들은 기초연구, 상용화, 생태계 육성에 대한 투자 노력을 상당히 해왔다. 미국은 IBM·구글 같은 기업과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아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양자기술 발전은 정부 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양자기술을 경제성장과 국가 안보를 위한 중추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 원장=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양자컴퓨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IBM·구글 등 글로벌사들은 R&D 투자를 통해 독자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금의 양자컴퓨터 성능은 비록 갈 길이 멀지만 오류 내성 양자컴퓨팅 기술이 나오면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다. 유럽·중국·일본은 현 단계에서는 국가 중심의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 양자기술의 후발 주자인 한국도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산업화 측면에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캐나다는 토론토의 퀀텀밸리라든지 혁신적 양자 생태계를 구축했다. 자나두도 같이 소개해달라.


△위드브룩 CEO=캐나다 정부는 수십 년간 양자컴퓨팅 학문 연구에 투자하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 클러스터들의 탄생을 지원했다. 최근 몇 년간 양자컴퓨팅이 상용화에 가까워지면서 자나두와 같은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올 초 자나두가 주도해 최초의 광자 기반 오류 내성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연방 자금 4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자나두는 폭스바겐·롤스로이스 등과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과 같은 양자컴퓨팅 활용 사례를 탐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을 때 활용할 중요한 지식재산권(IP)들을 확보하고 있다. 수년 내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왔다.





-한국 정부가 연구기관과 대학·기업에 지원하는 R&D 예산을 내년에 크게 줄이면서도 국제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 예산은 크게 늘렸다. KISTI와 자나두는 어떻게 협력하려고 하나.


△위드브룩 CEO=KISTI와 다양한 고전·양자 하드웨어 플랫폼의 원활한 통합을 촉진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CPU(+GPU)·QPU 하이브리드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 커뮤니티에 혁신 연구개발(R&D) 기회를 열 계획이다. 자나두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인 페니레인과 고성능 양자 시뮬레이터인 라이트닝이 프로젝트의 기본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우선 라이트닝 시뮬레이터에 KISTI의 분산 병렬 처리 기술을 적용해 슈퍼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비틀스의 노래에서 이름을 딴 페니레인은 개발자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자신만의 양자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파이선 기반 라이브러리다. KISTI의 병렬 처리 기술이 적용된 라이트닝 패키지가 서비스되면 한국 커뮤니티에서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도 할 것이다.



(왼쪽부터) KISTI의 홍태영 슈퍼컴퓨팅인프라센터장, 류정희 양자정보응용연구팀 선임연구원,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 김재수 원장, 이식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함재균 초고성능컴퓨팅정책센터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이 양자기술에서 패스트 팔로어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 그룹에 들어가려면.


△위드브룩 CEO=오늘날 양자기술 선도국들은 다양한 양자컴퓨팅 아키텍처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이 플랫폼 경주에서 승자가 단 한 명만 있을 가능성은 낮아 한국은 상위 2~3개 아키텍처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은 파운드리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확장성과 오류 정정 측면에서 이점을 갖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현재 KAIST·서울대·고려대 등에서 페니레인을 사용해 수업 커리큘럼의 일부로 실용적인 양자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양자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자기술의 잠재력에 비해 현재 기술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가 ICT 분야에서 내세울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양자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지 찾아 집중 투자하고 R&D 한다면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과 CPU·QPU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활용한 실용적 문제 해결 사례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KISTI가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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