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1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10년간 신상공개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유지됐다.

이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10여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씨는 피해자의 뒤에서 조용히 다가가 갑자기 돌려차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뒷머리 부분을 가격하는 등 머리 부분을 발로 6회나 때렸다. 이후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CCTV 사각지대인 복도 안 쪽으로 끌고 가 옷을 벗겨 성폭행하려다가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는 이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 청바지에서 이씨 DNA를 검출하는 등 추가 증거를 찾아내 강강 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실신한 피해자의 청바지와 속옷을 벗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강간의 목적 내지 수단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인정되며, 그 폭행 당시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까지 있었다”며 이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특히 술에 취해 심신 미약 상태였다는 피고인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음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설령 약물을 복용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앞세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살인과 강강의 고의 등 혐의를 부인했다. 또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는 검을 강조하며 “나이 32살에 20년 징역은 너무 많다. 무기징역과 다름없는 형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하거나 강간 등 살인죄의 고의나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