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포털’.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의 현재이자 미래를 담은 문구다. 설립된 지 3년도 안된 스타트업이지만 목표는 원대하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 ‘차기 포털(Next Portal)’을 꿈꾼다. 휴대폰과 PC에서 첫 화면을 차지하고 일상의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AI 에이전트(agent·비서) 컴퍼니’를 지향한다. 뤼튼의 공동창업자인 유영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AI 에이전트를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슈퍼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설립된 뤼튼은 생성형 AI를 무기로 차기 포털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창업 첫 해에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Outside)’에 최종 선정되고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박람회 ‘CES 2023’에서 소프트웨어·모바일 앱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오픈AI의 GPT-4.0과 구글 PaLM2 등 빅테크의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채팅 형식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면서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뤼튼은 차기 포털로 도약하기 위해 AI 에이전트를 결집하겠다는 복안이다.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에 기반해 각 이용자의 목적 달성을 위해 스스로 계획 수립과 실행까지 진행하는 자율 맞춤형 서비스다. 뤼튼은 현재 6000여개의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뤼튼이 최근 시작한 이용자가 원하는 국내외 경제 뉴스를 자동 선별·요약·분석해 매일 제공하는 ‘데일리 경제 뉴스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뤼튼은 스포츠·쇼핑·지식 등 다양한 분야의 AI 에이전트를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유 COO는 “사용자가 AI 에이전트를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슈퍼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뤼튼은 포털로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달 말 플러그인 서비스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개시했다. 쇼핑·여행·맛집·건강·구직 등의 다양한 플러그인 서비스를 뤼튼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플러그인은 콘센트에 코드를 꽂는 것처럼 특정 소프트웨어에 제3의 개발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접목해 이용자 혜택을 늘리는 서비스다. LLM 학습 데이터에 국한된 기존 생성형 AI의 한계를 극복하며 이용자에게 보다 풍부하고 활용성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뤼튼은 하나금융그룹·KB금융그룹(금융), 타다(모빌리티), G마켓·11번가(e커머스), 올스테이(숙박), 아모레퍼시픽(뷰티), 마이리얼트립(여행), 직방(부동산) 등 파트너사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유 COO는 “챗 플랫폼에서 가장 편하게 다양한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플러그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며 “외부 서비스를 AI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뤼튼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뤼튼은 올해 6월 이용자들이 손쉽게 AI 툴과 챗봇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스튜디오&스토어도 선보였다. AI빌더인 스튜디오를 활용해 전문지식이 없어도 툴과 챗봇을 만들고 스토어에서 이를 다른 사용자에게 공유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유 COO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AI툴을 만들 수 있는 것도 뤼튼의 차별점”이라며 “스토어를 개설한 지 두 달 반만에 6000개의 도구를 만들어냈다” 고 말했다.
뤼튼 서비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이달 초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1월 채팅 형식의 AI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누적 가입자는 3월 10만 명, 5월 30만 명을 기록한 뒤 급증하고 있다. 유 COO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마케터·엔지니어·크리에이터·학생·교육자 외에 많은 사용자가 뤼튼을 통해 생성형 AI의 가치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세영 대표는 “100만 명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생성 AI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에 한층 집중할 계획”이라며 "AI 생태계 중심이 되는 넥스트 포털로서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뤼튼은 4월 도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버전을 선보이면서 해외 진출을 공식화했다. 생성 AI와 관련한 컨퍼런스와 해커톤 '프롬프톤’도 진행했다. 비영어권의 한 축인 일본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다. 올해 초부터 전담팀을 꾸리고 실리콘밸리 창업 경험이 풍부한 자문단을 구성하며 일본 진출을 체계적으로 대비했다. 유 COO는 “일본에서는 현지 사업 파트너 확보와 일본 이용자가 호응하는 제품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일본 외에도 동남아와 중동 지역 진출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기에는 비영어권 지역에 집중하지만 뤼튼의 기술이 영어권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도 적용 가능한 만큼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과 글로벌 진출을 주요 성장전략으로 삼아 비영어권으로도 AI 생태계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뤼튼은 최근 시리즈A 단계의 투자까지 마무리했다. 총투자 유치액은 190억 원 수준이다. 2021년 매시업엔젤스가 초기(시드) 투자했고 지난해 11월 수이제네리스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중소기업은행, 앤파트너스, 신용보증기금 등이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6월에는 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기존 투자사인 캡스톤파트너스가 리드 투자자로 나섰으며 KDB 산업은행과 Z벤처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하나은행, 하나증권, KB증권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유 COO는 “인재 채용과 인프라 확보에 투자금을 활용할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모두가 매일 사용하는 일상적인 기술이 될 것이며 뤼튼이 이러한 순간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뤼튼은 AI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한편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업스테이지, 라이너, 스캐터랩, 콕스웨이브, 프렌들리AI 등과 '생성AI스타트업협회’를 만들어 국내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오는 25일 출범할 예정인 협회는 초거대 AI 도약과 AI 신뢰성 제고, 스타트업 생태계 진흥, 혁신 플랫폼 전환 등 국가적 아젠다를 위한 민관 협력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대표가 초대 협회장을 맡는다.
유 COO는 “국내 AI 산업의 근간은 스타트업이며 신성장동력도 스타트업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생성형 AI 서비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한민국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평소 교류하던 스타트업들과 협회를 조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생성형 AI 스타트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고 더 큰 도약이 가능한 AI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