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애플처럼 자체 프로세서 반도체 가능한 빅테크 대열 합류”

스마트폰 프로세서 CPU 코어 절반 자체 개발
프로세서 성능 자체는 아직 미흡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 매장 외벽에 화웨이 메이트 60 시리즈 스마트폰 광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가 애플과 같이 자체 프로세서 반도체 설계가 가능한 세계적 소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수준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의 ‘기린 9000S’ 프로세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기린 9000S는 8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탑재했는데, 이 중 절반인 4개가 화웨이 산하 반도체 설계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설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프로세서에 함께 내장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도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4개는 세계 스마트폰 프로세서 시장을 지배하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의 설계와 같다.


이같은 자체 반도체 개발은 고도로 복잡하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소수 빅테크만 가능한 접근 방식이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부터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 5세대 이동통신(5G)용 반도체 조달 등이 차단돼 왔으나, 오히려 해당 제재로 인해 최고급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애널리스트들과 업계 내부자들이 전했다.


반도체 컨설팅회사 세미어낼리시스의 딜런 파텔 수석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외국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브레디 왕도 “화웨이가 관련 라이선스 비용을 절약하고 외부 개발 프로세서를 그대로 쓰는 경쟁사 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세서 개발 과정을 직접 접한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CPU의 설계를 응용해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맥(Mac) PC와 맥북 노트북 등에도 사용하는 것과 방향은 반대지만 비슷한 전략이다.


다만 프로세서의 성능 자체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여러 테스트 팀들은 화웨이 프로세서가 경쟁사인 미국 퀄컴 제품보다 전력 소모가 더 많고 발열도 더 심한 점 등을 들어 퀄컴보다 1∼2년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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