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상징을 넘어서 국가를 상징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하이브와 재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면서 ‘K팝 위기론’이 조금은 해소되는 모양새다. 하이브와 BTS가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이뤄갈 ‘BTS 3막’에 대해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이브에게 있어 BTS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브의 전체 매출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60~65%에 달한다. BTS 관련 매출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을 감안한다면 하이브 기업가치의 3분의 2 이상을 BTS가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의 일거수일투족에 주가도 요동쳤다. 지난해 6월 BTS가 완전체 활동의 휴식을 선언한 다음날 주가는 무려 24%나 급락했고, 시가총액 2조 원이 증발했다. 2021년 11월 42만 1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해 10월 10만 7000원까지 떨어졌다.
하이브는 BTS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원화하기 위해 팬 플랫폼·게임 등 신사업을 펼치고 있고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뉴진스 등 아티스트 라인업도 다양화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그룹과 함께 하는 글로벌 걸그룹 등 신인 모멘텀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모멘텀 구축에 BTS의 재계약이 더해짐으로 인해 하이브의 사업 로드맵에도 여유가 생기게 됐다. BTS의 뒤를 이어 글로벌 흥행 중인 그룹 세븐틴도 내년부터 순차적 병역 의무 이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서로의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 맏형 진이 병역의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업계에서도 하이브의 미래에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소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18년 첫 재계약 때 전속계약금은 70억 원이었는데, 이전 사례를 고려했을 때 이번 계약금은 21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BTS에게도 하이브와의 결합은 중요하다. BTS를 만들어 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비롯, 곡을 전담하는 프로듀서 피독과 안무가 손성득이 모두 하이브 소속이다. 이들과의 오랜 인연은 재계약을 이끌어 낸 중요한 요인이다.
K팝 업계 전체를 돌아봐도 BTS의 재계약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BTS는 빌보드·영국 오피셜·오리콘 등 세계 주요 차트를 지배했고 그래미 등 세계 주요 시상식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활약했다. 이들이 없다면 K팝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방 의장은 3월 열린 관훈포럼에서 K팝 위기론을 설파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인데, K팝보다 BTS의 외연이 더 넓고 BTS를 빼면 시장이 좁아진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지난해 빌보드 핫100에 진입한 K팝의 수는 2021년 대비 53% 줄어들었다. K팝 업계는 BTS가 재계약을 하면서 ‘제2의 BTS’를 찾을 시간을 벌게 됐다.
국가에 있어서도 재계약은 큰 호재다. BTS의 행보는 ‘민간 외교관’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유엔총회 참석과 백악관 초청 등 국격 상승에 이바지했다. 꾸준한 기부와 선행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BTS는 이번 재계약을 하면서도 유니세프에 10억 원을 기부했다.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자”는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큰 울림을 줘 왔고, 이들이 2017년부터 유니세프에 기부한 금액은 75억 5000만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