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이 칼을 잡고 악당을 퇴치한다. 별 것 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에 설레지 않는 영화 팬이 있을까. 추석 연휴 관객을 찾아가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야기다.
영화의 플롯은 전형적이다. 아픈 과거를 숨기고 가짜 퇴마사로 살아가고 있는 천박사가 우연히 자신의 과거와 얽혀 있는 사건을 맡게 되고, 그 속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함께 악역 일당과 대결한다는 이야기다. 2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만난 강동원은 “재미만을 위해 만든 영화”라며 “코미디부터 호러, 액션까지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우치’에서 도사 역, ‘검은 사제들’에서 사제 역을 맡았던 강동원은 퇴마사 역할도 찰떡같이 소화한다. 김 감독은 “강동원이라는 위대한 피사체를 온전히 담기에 그릇이 작았던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악역 범천 역을 맡은 허준호의 카리스마는 명불허전으로, 관객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선사한다. 특별출연하는 박정민과 블랙핑크 지수도 감초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봉준호·박찬욱 감독과 함께 ‘기생충’ ‘헤어질 결심’을 함께 제작한 김성식 감독이기에 작품들의 오마주와 패러디도 엿볼 수 있다.
생각보다 영화는 어둡게 진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꽤 높은 수위와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전우치’의 밝은 느낌을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관람한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강동원은 “후반부에도 코믹 요소가 있었는데 몰입감을 위해 덜어냈다”며 “저는 더 넣었어도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빌런을 소모시키는 방식도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조금은 싱겁게 끝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천박사의 서사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강동원은 “관객 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서사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장르물의 예측 가능한 서사 구조를 충분한 재미로 극복해 낸다. 짧은 러닝타임도 몰입감을 유지하는 데 적절하다.
영화는 마지막 부분 차기작을 암시하며 끝난다. 흥행에 성공해 ‘공조’ ‘조선명탐정' ‘범죄도시’ 등 웰메이드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는 경쟁작들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7일 개봉. 9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