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연준 “긴축 유지”…리스크 관리와 구조 개혁 서둘러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긴축 기조는 내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20일 기준 금리를 현재의 5.25~5.50% 범위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1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긴축 장기화를 예고한 셈이다.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미 기준 금리가 연내에 0.25%포인트 추가 인상될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은 2.25%포인트로 역대 최대치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전례 없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의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저축은행 등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과거 금융 위기 때처럼 미국의 긴축이 한국의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자본시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일부 불안 요인이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게 선제적으로 촘촘히 대응해야 한다.


경기 침체는 길어지고 금융 부실이 커지는데 가계 부채는 증가하고 국제 유가는 오르고 있어 한은이 기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재정 당국도 올해 59조 원이 넘는 막대한 세수 결손 전망으로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9월 1~2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늘었지만 지난해 추석 연휴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7.9% 줄어드는 등 수출 부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은 고금리로 고통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구조 개혁을 서둘러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2023년 연례 협의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노동시장·연금 개혁 등의 구조 개혁을 권고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