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왔어요. 인생 처음으로 1등을 했어요.”
17세 고등학생인 조우 씨는 22일 새벽부터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싼리툰의 애플스토어를 찾았다. 그가 등교도 포기하고 동트기 전부터 매장을 찾아 줄을 선 것은 바로 이날이 아이폰15의 출시일이기 때문이다. 추위를 막기 위해 재킷까지 챙겨 입은 그는 1등으로 입장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가슴에 액션캠까지 장착하고 입장을 기다렸다. 국내외 취재진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자신은 애플 마니아라고 밝힌 조우 씨는 긴장된 상태로 입장을 기다렸다.
평소 오전 10시에 매장을 여는 애플은 이날 아침 8시부터 고객들을 입장시켰다. 오픈 시간이 다가올수록 고객들은 늘어나 약 500명이 매장 앞을 가득 메웠다. 오전 8시가 다가오자 고객들과 직원들이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고 “5·4·3·2·1, 와~”하는 소리와 함께 고객들이 차례대로 입장했다.
이달 13일 아이폰15 시리즈와 애플워치 3종 등을 공개한 애플은 이날 미국·중국 등 1차 출시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날 매장 앞은 이른 시간부터 몰려든 고객들로 북적였다. 취재진이 도착한 오전 7시 무렵 이미 30여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상태였다. 두 번째로 도착한 대학원생 왕모 씨는 새벽 4시에 친구와 함께 도착했다고 밝혔다. 새로 나온 화웨이 제품이 아닌 아이폰을 사는 이유를 묻자 “이전 아이폰 모델들을 모두 갖고 있고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고 있다”며 애플 마니아임을 인증했다.
주변에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이날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줄지어 입장한 고객들은 바로 픽업존으로 향해 애플 온라인 매장에서 사전 구매한 제품을 손에 쥐었다. 주문량이 폭증함에 따라 구매를 예약하고 배송을 받을 경우 10월 이후, 일부는 11월에나 제품을 수령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아이폰15가 예상과 달리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과 미국의 제재를 뚫고 화웨이가 4년여 만에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향한 ‘궈차오(애국소비)’ 분위기 속에 판매 위축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아이폰15는 중국에서 사전 판매 시작 1분 만에 ‘완판’됐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서 예약 접수 1분 만에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의 초도 물량이 매진됐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도 판매 개시 10분 만에 접속자 폭주로 인해 사이트가 다운됐다.
미국의 제재와 중국 당국이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업무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대학원생 먀오 씨는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는 젊은이들 중에 애국소비가 늘어나면 아이폰 소비는 줄어들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애플 운영체제에 익숙해져 아이폰을 비롯해 모든 애플 제품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바꿀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유독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10명 중 9명은 10·20대 청년들이었다.
새로운 시리즈가 공개될 때마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애플이지만 이번 아이폰15는 전과 달라진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USB-C 충전 단자였다. 아이폰은 기존 제품까지 자신들만의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사용했으나 이번에는 고집을 꺾고 대세를 따랐다. 티타늄 소재가 적용되고 색상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카메라 성능도 개선돼 아이폰15 프로맥스에 적용된 5배 광학 줌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해보는 고객들도 많았다.
중국과 달리 한국은 다음 달에나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3차 출시국까지 밀려 고객들은 다음 달 13일(예정)에 신제품을 받아볼 예정이다. 아이폰15를 빨리 쓰고 싶은 사람들은 해외 직구로 배송을 받거나, 해외로 직접 나가 구매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국가별로 가격이 다르고 환율의 영향까지 고려해 직접 발품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이나 홍콩이 대표적이다. 가깝고 항공권도 저렴해 여행을 겸해 아이폰 구매에 나서는 사람도 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