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척결하기 위해 ‘전관 업체’ 기준을 처음으로 만들고 향후 용역 계약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LH 퇴직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2급(부장급) 이상 퇴직자가 근무하는 전관 업체는 사실상 LH가 발주한 용역 수주가 불가능하다. 또 3급(차장급) 퇴직자가 취업한 업체도 입찰 시 감점을 받는다.
LH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전관 업체 기준과 새로운 평가 지침을 마련하고 중단했던 설계·감리 용역을 약 한 달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LH에 따르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수준인 2급 이상,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인 자가 취업한 회사를 전관 업체로 규정한다. 퇴직자가 임원으로 재취업했다면 직급과 관계없이 전관 업체로 간주한다.
전관 업체는 LH가 발주한 용역에 입찰할 경우 최대 감점을 받는다. 최대 감점은 건축설계 공모 15점, 단지설계 공모 10점, 적격 심사(기술 용역) 10점, 용역 종합심사낙찰제 6점이다. LH는 최대 감점을 받는다면 용역을 따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술 용역 적격 심사는 100점 만점에 최소 92점 이상을 받은 업체만 통과하는데 전관 업체는 10점이 깎여 사실상 수주가 불가능하다. 3급(차장급) 퇴직자가 용역 기술인으로 참여할 경우 해당 업체에 대해서도 전관 업체가 받는 감점의 50% 수준으로 감점한다.
다만 이 같은 규정이라면 2급 이상 퇴직자가 퇴직 후 바로 취업하는 설계·감리 업체는 전관 업체로 분류되겠지만 3년이 지나면 전관 업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LH는 아울러 ‘LH 퇴직자 현황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하기로 했다.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는 LH 퇴직자 현황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미제출, 허위 제출 등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의 제재 조치를 내린다.
이 같은 새로운 전관 기준과 감점 부여 방안은 신규 입찰 공고부터 적용된다. 입찰 공고가 중단된 용역에 대해서도 이번에 마련한 기준이 적용된다. 앞서 LH는 철근 누락 단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7월 말 이후에 전관 업체와 계약한 설계·감리 등 용역 계약 11건(648억 원 규모)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 11개 입찰 건은 위법성·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불법적인 사항이 발견될 시에는 계약을 취소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LH 전관 업체 전면 배제와 함께 그동안 중단됐던 건설 기술 용역 계약 절차를 조속히 재개할 것”이라며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제한 기준 강화 방안도 마련해 국토교통부에 법령 개정 등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