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BOJ가 정책 기조에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금리 인상 전망이 약화함에 따라, 엔화 가치는 다시 달러당 148엔대로 하락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BOJ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완화 기조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회의에서 0.5%에서 1%로 상향된 국채 10년물 금리의 상한선 목표치는 수정하지 않았다. BOJ는 통화정책 결정문을 통해 “국내외 경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인내심을 갖고 통화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분간 물가, 임금 동향을 신중하게 파악하며 통화완화로 경제를 뒷받침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BOJ의 이번 결정은 시장 전망과 부합한다. 블룸버그통신이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전망치를 보면, 기준금리 동결과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유지가 대세를 이뤘다.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예상대로의 결과”라며 “정오를 넘겨 회의가 이어진다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지만, 이번 회의는 11시52분에 끝났다”고 지적했다.
일본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인플레이션이 17개월째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만큼 곧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 정책 재검토를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1%로 12개월 연속 3%대를 유지했다. 여기에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이달 초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연말까지는 임금 인상과 인플레이션 지속 간 선순환을 확인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고 밝힌 것도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책은 그대로였다.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완화책을 유지한다는 오랜 입장을 강조하면서 인플레 ‘하방 위험’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BOJ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지속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와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선순환이 확실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리버 리 이스트스프링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핵심은 임금”이라며 “임금 상승이 유의미하게 지속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확인에 6~12개월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엔화는 하락세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48.17엔을 기록하며 전거래일 대비 0.40%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이미 지난해 9월 일본 정부가 직접 엔화를 사들이며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당시 기록한 145.9엔은 넘어선 지 오래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BOJ의 금리 결정에 앞서 “외환시장 변동성 대응을 위한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초완화 정책을 고집하는 건 엔화를 계속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