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보조금 기업에 중국 내 증설가능 범위 '5%'로 제한 확정

미 정부,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 최종안 공개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까지만 증설 가능
집계 기준 '생산시설 투자' 변경은 긍정적 평가
중대한 거래 10만弗 한도는 삭제 "삼성 등 반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국내외 기업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당초 방안대로 5%로 확정했다. 이를 확대해달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중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반도체법 내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 최종안을 공개했다고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규정을 보면 반도체법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러시아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법 시행 당국은 보조금 390억 달러(약 52조 845억 원), 대출 750억 달러(100조 1625억 원)를 제공할 방침”이라며 “중국에서 생산량을 크게 늘리거나 물리적 제조 공간을 확장하는 경우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된 ‘실질적 확장’의 기준은 초안대로 결정됐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기존 대비 5% 이상, 28㎚ 이하 이전 세대 제품인 이른바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일 때 실질적 확장으로 간주한다. 앞서 한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 확장 기준을 초안의 5%에서 10%로 두 배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은 초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웨이퍼 및 기판 생산도 반도체 제조에 포함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을 따지는 기준 가운데 생산시설 부분을 클린룸과 기타 물리적 공간 추가로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생산능력이 매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업계의 피드백을 반영했다는 게 상무부의 설명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5%’를 따지는 기준을 클린룸과 기타 물리적 공간으로 한 것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요청했던 사안”이라며 “초안보다는 반도체 회사가 보다 유연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3월 발표된 초안에서 언급했던 ‘중대한 거래’를 투자 금액으로 나누는 기준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초안에서는 10만 달러 이상을 중대한 거래로 규정하며 사실상 투자 상한선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인텔·TSMC·삼성전자 등을 대변하는 정보기술산업위원회(ITIC)가 이 규정에 반대 의사를 표한 뒤 최종 결정된 것이다. 상무부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앞으로 중대한 거래의 기준은 법령상 규정으로 정하기보다 개별 회사마다 평가를 통해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상무부는 “생산능력만을 기준으로 삼던 제한 규정을 일부 수정, 정상적인 설비 운영 과정에서 장비 개선을 통해 기존 시설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구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글로벌 공급망 및 집단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을 지속함에 따라 미국 정부의 자금을 받는 기업들이 우리 국가 안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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