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기업 쿠팡이 올들어 고속 성장을 지속하는 것과 달리 성장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들이 성장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계열사 시너지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상품 매입이나 소비자 경험 활용, 마케팅, 신규 진출 등에 있어 계열사별 상호 보완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익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간 신속한 정보 교류 및 의사 결정을 위해 대표는 물론 본부장급 임원까지 겸직을 늘리고, 상품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쿠팡에 ‘없는’ 계열사 협업 강화를 통한 성장 동력 강화에 돌입했다.
2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 신세계(004170)·이마트(139480), 현대백화점(069960) 등 유통 대기업들은 고금리로 인한 소비 부진 등으로 실적 개선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먼저 ‘관례 깨기’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은 13년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IR 행사를 진행했고, 신세계그룹은 명절 대목을 앞두고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위기감을 조직 전반으로 전파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신세계는 이번 인사에서 그간 관성적으로 꾸려졌던 조직체계를 크게 흔들었다. 한채양 신임 이마트 대표에게 이마트는 물론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까지 모두 이끌도록 했다. 대표 뿐 아니라 상품본부장 역시 3사를 모두 통합해서 맡게 했다. 아울러 오프라인 기반 유통 3사와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도 신설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의 전통적 조직운영 방식을 버리고 유연성을 키운 것”이라며 “이같은 분위기는 앞으로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계열사 시너지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미 지난해부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상품 코드 일원화, 통합 소싱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백화점과 편의점은 물론 컬처웍스, 하이마트까지 공동 마케팅 등을 진행하는 등 계열사 협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출장길에 유통 계열사 CEO들을 모두 동행한 것 역시 앞으로 ‘원팀’ 행보를 보이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트 부문이 없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상대적으로 쿠팡의 타격이 덜하지만 장기 성장을 위해 현대그린푸드·지누스 등 계열사 시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비전 2030을 통해 백화점 등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를 종합 생활문화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누스와 현대리바트·현대L&C 등 리빙·인테리어 부문 계열사간 협력을 통해 상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 공룡들의 이같은 전략 변화를 지켜보는 학계 전문가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겸직을 통해 계열사 간 영업전략이나 고객 관리, 차별화 전략을 주도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며 “비슷한 계열끼리 묶어서 점검할 수 있고 계열사별 강·약점을 통합적으로 진단한 뒤 전략을 만드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팀을 만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따지지 않고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의미”라며 “해외 진출에도 더욱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