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공정위, 빌리프랩 매각 심사 연기…속타는 CJ ENM

하이브에 빌리프랩 1500억 매각
추가자료 요구에 연내 승인 불투명
CJ ENM, 재무 개선 차질 불가피



자회사 빌리프랩을 하이브(352820)에 매각하며 단숨에 1000억 원 넘는 현금을 확보하려던 CJ ENM(035760)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확한 시장 획정을 위해 양사에 추가 자료 를 요구하며 심사 일정도 연기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CJ ENM과 하이브간 빌리프랩 지분 거래와 관련해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끝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정위는 정확한 조사를 위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후 심사 기간은 최장 90일 더 연장 가능하다. 자료 제출 기간은 심사 기일에 포함되지 않아 빌리프랩 거래는 연내 종결이 불투명해졌다.


CJ ENM은 최근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돼 현금 마련에 나서왔다. 이를 위해 지난달 빌리프랩 지분 51.5%를 하이브에 약 1500억 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 빌리프랩은 2018년 두 회사가 합작 설립한 아이돌 기획사로 하이브가 현재 지분 48.5%를 보유중이다.


이달 초 거래를 마치려던 양사는 잔금 납입일을 15일로 한 차례 늦춘데 이어 공정위 심사 등으로 거래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실적이 크게 악화된 CJ ENM의 재무상태는 당분간 회복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J ENM은 상반기 누적 당기순손실이 2197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급전 직하 하고 있다. 미디어와 커머스, 영화·드라마 등 대부분 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지난해 1조 원을 투입해 사들인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이 상반기에만 936억 원 순손실을 낸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심사 연장이 3월 카카오(035720)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의 기업 결합 심사가 장기화하는 데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당시 SM엔터 지분 약 35%를 공개 매수하며 최대주주가 된 카카오 측은 공정위에 공개 매수 직후 기업 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잡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자 공정위 심사도 지연되고 있다. SM엔터와 빌리프랩 모두 공정위 국제기업 심사결합과에 사건이 배정됐다는 점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연예 기획사의 점유율 산정은 음반·음원·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가 관건” 이라며 “SM엔터 심사가 장기화돼 빌리프랩도 승인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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