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저가 전기차 대량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보조금 조사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중국 외교 수장이 프랑스에 지원을 요청했다.
2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사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 보좌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유럽이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보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왕 부장은 “유럽이 시장 원칙을 준수하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보호주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유럽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프랑스가 반(反)보조금 조사를 적절히 처리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발언은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하는 EU의 반보조금 조사 착수 발표에 따른 지원 사격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연례 정책 연설에서 보조금을 지원받고 가격을 낮춘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8%였지만 가격이 20%가량 저렴해 2025년께에는 점유율이 15%로 늘어날 것으로 EU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 보좌관은 “프랑스는 진영 대결을 반대하고 유럽의 독립적·자주적 입장을 주장하고 있으며 유럽·중국의 호혜 상생을 지향할 것”이라며 “EU가 제시한 관련 반보조금 조사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EU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23일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원치 않지만 보호 조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국 간 개방된 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EU의 창설 원칙 중 하나”라며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글로벌 무역에 전념하고 있다. 여기서 공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EU와 중국과의 무역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대중국 무역 적자가 4000억 유로(약 569조 원)에 달한다”며 “EU는 개방성이 남용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