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생활과 휴식 그리고 향토지식재산

백만기 국가지식재산위원장

백만기 국가지식재산위원장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탐색하다 좋아 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주문하는 형태로 소비를 한다. 앱을 통해 빠르고 쉽게 식료품 등을 주문하면서도 그 식료품의 원재료는 신뢰할 수 있는, 우리 향토에서 재배된 것이기를 바란다.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잠시 여유를 가지고 몇 시간 내에 가볼 수 있는 휴식처를 간절히 원하기도 한다. 화려한 한복으로 갈아입고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갈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을 가기도 하고 옛날 이야기가 전해지는 조용한 산골에서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직은 인적이 드문 순천의 개랑이 고들빼기 마을 등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가기를 원하기도 한다. 도시민의 생활과 휴식에 우리 향토가 사실상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향토는 대부분 산지에 위치해 전망 좋고 운치 있는 곳이 많다. 인접 자연환경과 더불어 옛날부터 내려오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고 지하수의 수질이 좋으며 농사도 꽤 잘된다. 사람들의 생활과 휴식에 필요한 것을 연계할 수 있는 풍부한 잠재력을 보유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들 중 일부는 출산율 저하와 이에 따른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의 위험에 처해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는 마땅한 소득원이 없고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이런 곳에 향토 지식재산을 활용해 맞춤형 성장을 촉진하는 지역 혁신을 이끌어내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하지 않으면 그 마을들은 소멸할 위험이 크다. 그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던 옛날 이야기, 삶과 관련된 그곳만의 지혜도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그동안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해양수산부 등 다양한 정부 부처가 기업 육성, 산업단지 조성, 창업 보육, 휴양 마을 조성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그 정책들은 각 부처의 소관 업무에 치중돼 있어 종합적으로 지역에 내재된 향토 자원을 충분히 고려해서 추진됐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생활과 휴식을 향토 자체가 보유한 지식재산과 연계하는 새로운 지역 소멸에 대비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때가 됐다.


이달 14일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향토지식재산과 지역혁신 포럼’을 성공리에 마쳤다. 4월 6일 서울을 시작으로 6월 8일 ‘맛의 고장’ 전주를 거쳐 이번 ‘산업 수도’ 울산까지 진행됐던 세 차례의 포럼이 종료됐다. 포럼은 전통 산업의 쇠퇴 및 지역 소멸 등 지역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향토만이 갖고 있는 차별성 있는 독특한 지식재산, 이른바 향토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지역 발전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그간 포럼에서 논의됐던 사항들을 바탕으로 향토 지식재산을 통해 지역의 미래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지역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심하고 있다. 세 번의 포럼에서 제시된 대책들을 토대로 섣부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특정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포럼에서 제기된 대책들을 토대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부디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