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단식' 끝낸 李…원내지도부 '친명계' 장악 예고

단식 투쟁 24일차 23일에 중단
회복 치료 돌입 내분 수습 시도
내일 예정 영장심사 출석 의지
김민석·남인순·홍익표·우원식
원내대표 선거에 줄줄이 도전장
노란봉투법 강행기조 거세질듯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면담을 위해 찾아온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제공=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투쟁 24일 차인 23일 단식을 끝내고 회복 치료에 돌입했다.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26일 예정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에 대비하고 대거 이탈표 발생으로 격화한 당 내분을 수습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같은 날 치러지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친명계 의원들만 후보로 우선 등록하면서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당장 이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민주당의 향방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친명계 중심으로 꾸려지면 ‘노란봉투법’ 등의 입법 강행 기조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는데 25일 국회 본회의 개최 여부에 따라 법안 상정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단식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 대표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이 즉각적인 단식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며 “더 이상의 단식은 환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의료진과 협의해 법원 출석 등 일시적인 외부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 대변인은 강조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찬성 149표, 반대 136표로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영장 심사에 출석해야 한다. 오랜 단식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한 점을 감안해 법원과의 협의를 통해 심사 기일을 미룰 수도 있지만 이 대표는 정해진 날짜에 심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상에서도 단식을 고집하던 이 대표가 이를 중단한 데도 영장 심사에 충실히 대비해 구속을 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민주당의 운명을 쥐고 흔들 초대형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9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면 비명계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산하며 지도부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는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계파 갈등 수습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힘을 잃은 비명계에 대한 친명계의 ‘찍어내기’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 영장 심사와 같은 날 진행되는 당 원내대표 선거에는 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 등 친명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줄줄이 출마 의사를 밝히며 현 지도부 체제 지원에 나섰다. 앞서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당내 이탈표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막고, 민생을 살리고,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선명하고 강력한 민주당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출마 포부를 드러냈다. 남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분열을 획책하는 검찰 독재 정권의 비열한 작태에 단결된 힘으로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박범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선거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을 찍은 사람들이 나오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계파 갈등으로 몰 것이 아니라 당내 격화된 내분을 제대로 수습하는 차원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다 하더라도 사법 리스크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사퇴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22일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며 당내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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