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경쟁 속에서 밸런스히어로는 단문문자메시지(SMS) 분석에 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덕분에 SMS만 보고도 사람의 급여, 소득, 자산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내는 수준이 됐고,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 3위권에 드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신재혁(사진) 밸런스히어로 리더는 24일 인도 본사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SMS 분석 기술만큼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보다 뛰어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신 리더는 "챗GPT 같은 최근 생성형 AI는 금융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범용적인 활용을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SMS처럼 단편적인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고 여기에서 100%에 가까운 신뢰도로 신용 정보를 추출해내는 능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전체 대출 건수 중 1만 루피(약 16만 원) 이하 소액대출 비중이 2017년 3%에서 2021년 70%로 급증했고 잠재적 고객인 저신용자는 10억 명에 이른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신용평가인 ‘대안신용평가체계(ACS)’를 통해 소액대출을 해주는 핀테크 서비스 ‘트루밸런스’를 현지에서 운영 중이다.
신 리더는 ACS에 SMS 분석법을 도입해 회사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서울대 수리과학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라인 등에서 데이터과학자로 일하다가 2018년 밸런스히어로에 합류해 데이터 조직을 이끌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SMS 분석법 도입 직후인 지난해 69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년 전보다 7.6배 폭풍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07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달 3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포함해 누적 투자금 1272억 원을 유치했다.
신 리더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사 쇼핑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해 입점 판매자에게 대출해주고 미국 랜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분석하는 등 ACS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며 “2018년 인도에 와보니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더딘 대신 SMS에 모든 금융과 생활 정보가 기록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수만 건에 달하는 SMS 속에서 AI가 급여와 관련된 정보들만 추출해 그 금액을 추산하고 비슷한 방법으로 소유 차량 등 자산 정보와 일상적인 쇼핑 활동까지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신 리더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 속에서 틈새를 발굴하는 혁신 사례가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보다 활발히 나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핀테크 업계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사업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아 성장률이 해외 업체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혁신 시도들이 나오려면 우선 금융권의 망분리 의무 같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