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영국 런던지점은 올해 상반기 폐기물 처리와 수집, 재활용 업체 및 폐기물 발전소 프로젝트 딜 2건에 참여했다. 딜 규모는 총 1억 파운드(약 1636억 원)로 국민은행은 건당 10~20%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성한 국민은행 런던지점장은 “투자금융(IB) 부문에서 현지 전문인력을 채용해 현지 기관 마케팅, 글로벌 사모펀드(PE)와의 관계 구축 등 시장 개척 노력을 지속한 결과”라고 밝혔다.
1968년 10월 당시 외환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금융허브인 런던에 첫발을 내디딘 지 5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진출 초기 국내 은행들의 런던지점은 단순히 오피스빌딩 등에 투자하고 임대 수익을 추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미래 가치와 유망 테마를 찾아나서며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중이다. 특히 영국은 처음으로 2050년 탄소 중립(넷제로) 목표를 법적으로 구속력 있게 만든 국가인 만큼 이와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등 새롭게 떠오르는 유망 분야를 찾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런던지점의 총자산은 126억 3400만 달러(약 17조 원)로 집계됐다. 2019년(81억 2000만 달러)보다 55.6% 증가한 규모다. 4대 시중은행 런던지점의 총자산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중 대출 자산 규모는 총자산의 60% 수준인 76억 7500만 달러(약 10조 원)로 이 역시 2019년(35억 200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 불어났다.
은행들이 런던지점에서 총자산과 대출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IB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따랐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민은행 런던지점은 올해 초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사모 사채를 국내 해외 지점 최초로 발행했다. 이 지점장은 “여신 측면에서도 영국 현지의 자원 재활용 프로젝트 및 폐기물 발전소 프로젝트 등 친환경 IB 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지점 전환 이후 초기에 IB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는 사업 구조가 안정적인 부동산 딜 위주로 자산 규모를 확대해왔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점차 친환경 프로젝트, 인프라 등 취급 상품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나은행 런던지점도 육상 풍력, 해상 풍력, 폐기물 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섹터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런던이 록다운(도시 봉쇄)된 상황에서도 매년 60여 건, 15억 달러(약 2조 원) 이상의 신규 IB 대출을 실행하는 등 신규 영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최성호 하나은행 런던지점장은 “항공기와 선박 전문가를 올해 영입했는데 이들 역시 단순 전통 항공기·선박이 아닌 최근 뜨고 있는 친환경 해상 부유식 LNG 저장, 재기화설비(FSRU)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ESG 글로벌 데스크를 런던지점에 설치하고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 기회 모색 등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사막 지역 내 태양광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2억 달러(약 2700억 원) 규모의 대출 펀드에 2000만 달러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시중은행의 런던지점장들은 런던지점의 ESG 사업을 통해 은행 본체의 ESG 기조를 강화하고 그 수준을 한층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 지점장은 “특히 유럽의 해상 풍력 딜은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런던지점의 딜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장은 “본점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직원들이 런던에 파견돼 국외 IB 및 해외 자본시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본점의 ESG 기조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런던지점의 친환경 IB 딜 참여는 KB의 전사적 ESG 경영 노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