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를 싸게 넘기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해 적자까지 본 세아그룹 소속 세아창원특수강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아창원특수강이 계열사 CTC에 스테인리스 강관을 다른 고객사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부당 지원에 나섰다”며 “이 같은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하고 세아창원특수강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아창원특수강은 CTC와 사전 협의를 거쳐 CTC에만 적용되는 물량할인 제도를 신설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스테인리스 강관을 CTC에 판매했다. 3년여간 12차례에 걸쳐 정상 할인액(400원/㎏)보다 더 높은 할인액(1000원/㎏)을 적용해 자재를 넘긴 것이다.
CTC는 이를 통해 26억 5000만 원의 경제상 이익을 취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43억 원)의 61.3%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세아창원특수강의 영업이익률은 2012~2015년 20~30% 수준에서 지원행위 직후인 2016년 -5%로 급감했다. 공정위는 “CTC의 주요 생산제품인 반도체용 강관의 경우 미터당 단가 1원 차이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며 이 같은 부당 지원이 시장 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그룹 내 지배력 확보 문제가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세아는 특수강 제조·판매를 주로 영위하는 자산총액 기준 재계 42위의 기업집단이다. 故 이운형 선대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이 지배하는 세아홀딩스 체제와 이태성 사장의 삼촌인 이순형 현 세아그룹 회장이 지배하는 세아제강지주 체제로 나뉜다. 이태성 사장은 세아홀딩스 체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 본인이 지분을 100% 소유한 HPP를 설립하고, 이듬해 CTC를 인수하게 했다. CTC를 통해 현금을 벌어들여 HPP가 세아홀딩스 지분을 취득하게 하기 위해서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물량 할인 제도라는 외형을 갖췄더라도 계열사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시행되는 등 그 자체가 합리성이 없는 것이라면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대기업 집단 계열사들이 특수관계인 개인 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이전시키고 특수관계인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