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값', '콜'로 한국 영화계에 떠오르는 신예 감독이 된 이충현 감독이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영화 파트너이자 연인인 전종서의 손을 잡고 감성과 액션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Netflix) 영화 '발레리나'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충현 감독과 배우 전종서, 최지훈, 박유림이 참석해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을 쫓으며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감성 액션 복수극이다. 앞서 '몸 값', '콜' 등을 연출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신인 감독으로 떠오른 이충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엄’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이충현 감독은 "'발레리나'는 단순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데, 복수극이다. 당시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어도 영화로는 복수극을 그려내고 싶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영화"라며 "제목과는 살짝 상반된 느낌이긴 한데, 옥주가 지켜주고 싶은 인물의 직업이 발레기도 하고, 발레라는 예술은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깊이 파고들어가면 생각보다 치열한 부분이 있다. 또 복수극 자체가 하나의 발레 공연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발레리나'라고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종서는 발레리나인 친구 민희를 위해 복수를 자청하는 옥주 역을 맡았다. 전종서는 "액션이 담긴 영화를 항상 해보고 싶었고, 복수극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특히 영화는 연인 사이인 이충현 감독과 전종서 배우의 두 번째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영화 '버닝'을 통해 데뷔한 전종서는 '콜을 통해 이충현과 만났다. 이후 이충현과 연인 사이로 발전한 후 이번 신작에도 주연 '옥주'로 등장했다.
이 감독은 "전종서 배우는 영리하고, 동물적인 배우라 '콜'을 찍을 때 현장에서 크게 말을 나눈 건 없다. 워낙 서로 잘 알다 보니까 '발레리나'를 찍을 때는 더 말없이 찍었다. 눈빛만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좋은 호흡으로 촬영했다"고 만족했다.
전종서는 "'몸 값'이나 '콜'을 봤을 때, 감독님의 영화에는 감독님의 색을 명확히 드러내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그 캐릭터가 민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민희가 회상될 수 있게 제가 뒷받침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민희에게 많이 집중했다"고 밝혔다.
'민희'와 엮여 옥주와 갈등을 빚는 '빌런' 최프로는 김지훈이 맡았다. 김지훈은 "이충현 감독님을 원래부터 좋아했고, 전종서라는 독보적인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만으로도 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역에 대해 "최프로는 악역이지만 기존의 악역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어서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보통의 악역은 왜 나쁜 인간이 됐을까, 공감이나 연민을 일으키는 지점이 있는데 최프로는 용서받기 힘들겠다고 느꼈다. 그러나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어서 시청자들이 최프로가 빨리 혼나길 바라는 마음과 '너무 섹시하잖아, 멋있잖아'라는 양가감정을 느끼길 바랐다. 전반적으로 인간적이지 않지만, 가면 갈수록 나약한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유림은 무대 위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발레리나 '민희'를 연기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우연한 계기로 옥주를 알아본 그는 옥주에게 둘도 없는 기쁨을 알려주지만, 스스로는 죽음을 택하는 비극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박유림은 "'몸 값' 때부터 이충현 감독님의 작품을 재미있게 봐서 꼭 한 번 함께할 기회가 있길 바랐다. 시나리오를 읽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민희의 모습이 그 당시의 저랑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끌리기도 했다. 또 제가 '발레리나'라는 작품 만나기 전, 5개월 정도 전에 발레를 배우고 있었다. 민희가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특히 박유림은 5개월 간 꾸준히 발레를 배워, 시간 소요가 많이 되는 토슈즈를 신는 장면을 제외한 모든 발레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박유림은 "발레는 민희가 가진 고민이나 괴로움이 드러나는 지점이라 많이 고민했다. 발레 동작에 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짚었다.
이 감독은 각 배우의 캐스팅 계기를 전했다. 그는 "종서 배우는 '콜'을 하고 나서, 그 다음 작품을 꼭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같이 출발했던 배우다. 지훈 선배님은 시나리오를 썼을 때 이미 제가 생각하는 느낌과 많이 비슷했다. 선배님이 찍은 화보를 보고 꼭 이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했다. 유림 배우님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됐다. 민희 캐스팅이 오래 걸리긴 했다. 그 당시 제가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영화를 보고 유림 배우님이 가진 고유한 순수함, 깨끗함이 좋아서, 이 배우라면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이충현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돋보일 전망이다. 공간·소품 등 미술적인 면에서도 한껏 신경썼다고 이 감독은 강조했다. 특히 이 영화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액션과 감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 감독은 "서사도 중요하지만, 마치 발레 공연을 보는 것다는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 미술, 등 영화적 요소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며 "새로운 액션에 대해 고민했다. 액션이지만 그렇다고 발레처럼 춤추면서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옥주의 감정이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종서 배우의 얼굴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치열하게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잔혹한 액션 장르긴 하지만 감성적인 부분도 있다. 옥주와 민희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인물 간의 끈끈한 이야기들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가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훈도 "보통 다른 액션 영화가 감성을 같이 가지고 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리 영화에선 액션과 감성이 같이 잘 표현돼서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은 액션신이 완성된 거 같다"고 만족했다.
힙합 기반의 음악도 관전 포인트다. 가수 겸 프로듀서 그레이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그레이는 '발레리나'를 통해 처음 음악 감독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발레리나'라고 해서 클래식 음악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음악적으로 돋보이는 실험을 해보고 싶어 고민하다가 그레이 감독님이 '콜'을 재미있게 보셨다고 해서 만났는데, 느낌이 좋았다. 기대하셔도 좋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발레리나'는 다음달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