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檢수사까지…카카오 3년전 최저가도 뚫렸다

美 등 주요국 고금리 장기화 전망
창업자·임원 사법 리스크도 부각
나흘연속 신저가 '날개없는 추락'
증권가 “실적·주가 모두 불확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연합뉴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장기화하고 대주주의 검찰 수사 등 악재가 만발하면서 카카오(035720) 주가가 3년 전 최저가를 뚫으며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주력인 광고와 신성장 사업의 실적 반등이 가시화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0.55% 하락한 4만 4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 주가는 20일부터 나흘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카카오가 4만 5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5월 19일(4만 4158원) 이후 3년 4개월여 만이다. 카카오 주가는 올 들어서도 15% 넘게 급락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올 들어 이날까지 카카오 주식을 350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카카오는 외국인이 올해 일곱 번째로 많이 판 코스피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카카오 주식을 1048억 원어치 팔았다.


카카오를 비중 있게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인터넷K-뉴딜 ETF’는 이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6.82% 하락했다. 이 ETF는 카카오를 24.3% 담고 있다. 카카오 비중이 15%가 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ETF(-6.67%)’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커뮤니케이션서비스 ETF(-5.71%)’,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e커머스 ETF(-5.63%)’ 등 역시 같은 기간 줄줄이 하락했다.


카카오의 추락은 업황 개선이 불확실한 가운데 미국 고금리 장기화 조짐에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과 함께 현행 고금리 기조를 더욱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기준 4.4%대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큰 성장주는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가치가 더 크게 할인되는 경향이 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카카오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점도 투자심리 악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앞서 시민단체인 경제민주주의21은 13일 김 창업자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 임원들이 각종 명목으로 클레이를 나눠 받고 현금화해 수천억 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카카오의 주력인 광고 사업이 고전 중인 데다 헬스케어와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사업도 성과가 가시화하지 않아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는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2% 감소했고 2분기에는 33.7% 줄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 줄어든 147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부진 장기화에 따른 매출 성장 둔화와 구조 조정 효과 지연으로 올해는 카카오의 영업이익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카카오톡이 시도 중인 헬스케어·AI 부문이 성장세를 보인다면 금리가 정점에 진입하는 내년 이후에나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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