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넥타이 푸는 윤종규 "금융의 삼성 못 만들어 아쉬워"

퇴임 앞둔 KB금융 회장 간담
9년 연임…리딩금융 토대 다져
"세계선 60위권 머물러 자괴감"
"경험 많은 차기 회장 잘 이끌것"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EO로 재임했던 지난 9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오승현 기자


“국내에서는 리딩 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세계에서는 60위권입니다. ‘금융의 삼성’을 만들고 싶었는데 얼마나 진전이 있었냐고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2014년부터 KB금융(105560)그룹을 이끌며 국내 리딩 금융그룹의 자리를 탈환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퇴임을 두 달여 앞둔 25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뿌듯함’과 ‘아쉬움’을 함께 나타냈다. 윤 회장은 자신의 업적보다는 국내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한 조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은행이 60위권에 머무는 모습에 대해 ‘자괴감’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앞으로 더 분발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업은 ‘자본 비즈니스’이며 20위권으로 들어가려면 지금보다 2.5배 이상 자본이 늘어야 한다”며 “2002년 은행에 합류해서 ‘금융의 삼성’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서비스 산업의 국제화 부분에서 우리 금융이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방책을 고민해야 하고 당국과 함께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앞으로 국내 은행들은 자산 관리 분야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회장은 “실물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예대(예금·대출) 사업 구조에서 투자 모델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도 순수 투자은행(IB)보다는 리테일을 기반으로 한 은행들이 IB를 더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회장은 수수료 체계에 대해 해외 금융사보다 불리한 점을 지적하며 “국내에는 해외처럼 계좌 유지 수수료 등이 없기 때문에 복수 거래 고객이 많다”며 “복수 거래가 많아 전산이 무거워지는 등 비용 발생도 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은행권을 향한 ‘이자 장사’ 비판에 대해 “예금과 대출을 통한 비즈니스는 은행에서는 불변의 축”이라면서도 “이자 장사 비판은 그만큼 국민들이 부채로 인한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 중 그룹에 ‘1등 DNA’가 뿌리내린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윤 회장은 “취임 후 첫 3년은 ‘리딩뱅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이후 3년은 그룹을 ‘리딩그룹’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마지막 3년은 지배구조 문제 등 탄탄한 경영 승계 과정을 정착시키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이사회와 긴밀하게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며 “금융사 지배구조는 각 회사의 연혁, 처한 상황, 업종 특성, 문화 등의 차이를 고려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회장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제2의 모시장(mother market)”이라며 “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코로나19 발생으로 늦어졌지만 디지털 등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내년 6월 정도에는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에 대해서는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그룹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양 부회장은 20여 년간 은행 업무를 담당했고 손해보험 경영 및 인수합병(M&A) 등 비은행 경험이 풍부한 데다 이재근 행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며 힘을 실었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 내내 KB를 상징하는 노란색 외 다른 색깔의 넥타이를 매 본 적이 없다. 그에게 ‘노란색 피’가 흐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윤 회장은 올 11월을 끝으로 노란색 넥타이를 풀게 된다. 윤 회장은 “노란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너무나 큰 행복이었다”며 “그만큼 KB는 저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고 삶의 일부였다”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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