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무탄소 에너지의 국제 확산과 지역별 기후 격차 해소를 위해 ‘CF(Carbon Free·무탄소) 연합’을 제안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산업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공급하는 ‘RE100’이 한계가 있는 만큼 여기에 원전과 수소에너지를 포함시키자는 게 골자다. 이는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의 특성도 고려한 선택이다.

무탄소에너지(CFE)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원전과 청정수소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태양광·풍력 에너지는 자연환경, 기후 영향, 지리적 조건에 따라 보유 편차가 크다. 이에 원전으로 대표 되는 추가 선택지를 부여해 현실적인 탄소 중립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한국은 특히 신재생에너지 공급 환경이 열악한 만큼 RE100 달성을 위해 기업들은 막대한 전력 발전 원가 등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더욱이 인접 국가와 전력망을 공유하는 유럽·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실상 전력이 고립된 외딴섬과 같다. 산업통상자원부는 “CF 연합의 취지는 RE100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모든 무탄소에너지원으로 범위를 확장해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구현을 위한 기업의 선택지가 다양해져 기업 부담을 줄이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민간 주도의 CF 연합 결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5월 산업부는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CFE 포럼’을 구성했다.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포스코·GS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 등 50여 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했다. 정부는 현재 법적 실체가 없는 논의 기구인 CFE 포럼을 다음 달 비영리 사단법인인 ‘CF 연합’으로 발전시켜 공급·조달·유통 등 전 과정을 고려한 인증 제도를 설계·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와 산업구조 등에서 유사점이 있는 미국·일본·프랑스·영국 등을 대상으로 양자와 다자 협력 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국제사회에 무탄소에너지 전환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원전을 탄소 중립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막대한 재원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원전도 재생에너지와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시작으로 CFE 국제표준 정립을 선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특성상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원전도 제도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가 사실상 고립된 ‘섬’인 데 반해 제조업이 중심이기 때문에 전력 소비량은 엄청 높아 재생에너지로 탄소 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태양광·풍력 에너지는 간헐적으로만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요할 때 언제나 공급이 가능한 원전, 특히 안전성도 보장된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