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행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고탄소산업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의 성장률이 수도권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후변화 대응마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은행은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에 따라 기후변화 이행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권이 상승할 경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21~2050년 중 연평균 0.6%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는 경우엔 연평균 0.4%포인트씩 떨어진다.
NGFS는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의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2017년 12월 설립된 국제협의체다. 한은은 2019년 11월 가입했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고탄소산업 성장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계·운송장비, 섬유·가죽, 석유화학 순으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발전으로 온실가스 배출효율성이 상당 폭 개선된다면 탄소중립 또는 2℃ 이하 시나리오에서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로 하락 폭이 축소된다.
권역별 지역내총생산(GRDP)으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보다는 동남권·호남권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고탄소산업이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고탄소산업이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동남권이 41.9%로 수도권(25%)보다 높다.
한은은 NGFS 시나리오에 따라 탄소저감정책이 시행되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성장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 이슈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비수도권에서 주력산업의 탄소배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한은 관계자는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 개발 지원 등 유인구조 마련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손실 최소화를 위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