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임기를 마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대법원이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대법원이 수장 공백으로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업무 차질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이날부터 대법관 13명 중 선임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대법원은 이날 안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대법관회의를 개최하고 대법원장 부재에 따른 향후 대법원의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이론상 가능하더라도 권한대행이 사법부 수장의 고유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논의했다.
안 권한대행은 대법관회의 직후 내부 구성원들에게 “대법원장의 궐위 상황이 계속될 경우 곧 있게 될 대법관 임명을 위한 제청 절차의 진행이나 전원합의체의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 밖에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행함에 따라 사법부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장애가 발생하리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해 법원의 기본 기능인 재판업무의 차질이나 사법행정업무의 지장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후임 대법원장에 대한 임명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치기로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 사퇴로 무산됐다. 대법원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기는 1993년 이후 30년 만이다. 당시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문제로 사퇴하면서 최재호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당시 2주 만에 후임으로 윤관 대법원장이 임명되면서 권한대행 체제가 마무리됐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임명동의안 처리가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후임 대법원장의 인선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대법원장 공석 장기화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장 큰 문제는 재판 지연이다. 대법원 3부 소속인 안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상고심 사건 처리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전원합의체 심리도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권한대행을 재판장으로 해 전원합의체 선고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교원소청심사 취소 소송 등 총 5건의 사건이 상정돼 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