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유 75%는 서방 보험 없이 수출…G7 '유가상한제' 비웃었다

서방, 상한 넘는 러 원유 거래엔
서방 보험·운송 서비스 허용 안 해
러시아는 '그림자 선단'으로 제재 회피
"올해 석유 수익, 과거보다 150억$ 많을 듯"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서방의 보험 없이 대부분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유가상한제가 러시아 원유 거래에 서방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을 감안할 때,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체 해운·보험 기록을 분석해 8월 해상 수송된 러시아 원유의 약 75%가 서방권의 보험을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비중은 올 봄 약 50%였다.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 호주가 지난해 12월 러시아 원유를 겨냥해 도입한 유가상한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방의 유가상한제는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유 수송에 핵심적이라고 여겨지는 서방 기업의 운송과 보험 같은 서비스는 상한 이하의 거래에만 허용된다. 하지만 75%가 넘는 러시아 원유 수출분이 서방의 보험 없이 거래되니 유가상한제와 관계 없이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주된 수출 유종인 우랄유 평균 가격은 7월 이후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러시아가 서방의 서비스 없이도 해상 수송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그림자 선단'를 구축해뒀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사회의 주류 정유사·보험사를 거치지 않고 국제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하는 유조선을 일컫는다. CNN의 3월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원유 수송을 담당하는 그림자 선단 규모는 약 6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유가가 오르며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예년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싱크탱크인 키이우경제대학(KSE)은 유가 상승세와 러시아산 원유의 할인이 겹쳐 올해 러시아의 석유 수출 수익이 이전보다 최소 15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벤 힐겐스톡 KSE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석유 운송 방식을 감안할 때 향후 유가상한제를 의미있게 시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서방이)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었을 때 가격 상한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