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 오늘부터 의무인데 "수술실 문 닫겠다" 발표한 의협…속내는?

의협 25일 기자회견 열고 회원 설문조사 결과 공개
현장 혼란 우려…계도기간 부여·CCTV 유지비용 요구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

개원의사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수술실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의무화 시행 첫날 법안 시행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25일 대한의사협회가 공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7%가 법안 시행에 따라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의협이 지난 8∼18일 의사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1267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다.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환자·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병원은 5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단, 환자가 직접 CCTV 촬영을 의료진에게 신청하고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동의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 장면이 촬영됐더라도 실제 열람을 하려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25일 대한의사협회가 공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설문 결과. 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의협은 "전체 응답자의 93.2%가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91.2%가 기본권 침해, 90.7%는 외과 기피 현상이 심화돼 필수 의료가 붕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법안 시행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에 따르면 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반대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침해'가 5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49.2%), 진료 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4.5%),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2.4%),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37.6%), 외과 기피 현상 초래(33.9%), 집중도 저하(29.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5일 대한의사협회가 공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설문 결과. 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개정 의료법 시행에 따른 우려 사항(복수응답)으로는 설치·운영 기준 모호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이 75.5%로 가장 많았으며, 안전관리 조치 모호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62.0%), 영상정보 열람·제공에 따른 행정업무 과중(41.8%) 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에 공유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 수술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진료질병군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술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한 경우 등의 상황에서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한 해석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다보니 현장의 혼란이 크다는 게 의협 측 설명이다.


설문 참여자의 70.2%는 그에 대한 해결과제로 '설치·운영 및 안전조치 기준 명확화'를 꼽았다. 그 밖에 기준에 대한 충분한 안내(35.3%), 형사처벌을 고려한 계도기간 보장(31.6%), 운영 비용 지원 확대(28.3%), 설치 비용 지원 확대(27.1%) 등의 해결책도 제시됐다.


CCTV 설치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복수응답)으로는 대리 수술 처벌 강화가 64.0%로 가장 많았다. 수술실 입구 CCTV 설치(39.8%), 대리 수술 방지 동의서 의무화(39.2%)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9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조치다. 해당 법안은 2016년 안면 윤곽수술을 받던 도중 과다출혈이 발생해 50일 가까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끝내 사망한 고 권대희 씨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유족 측이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자리를 뜬 사이 과다출혈이 일어났으나 대신 자리를 지키던 간호조무사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유령수술' 방지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일명 '권대희법' 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당시 의협을 필두로 대한병원협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이 반대 성명을 내고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했지만 ‘수술실내부 CCTV’ 설치 및 운영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이를 막지 못했다.


의협은 처벌조항 적용을 유예하는 계도기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제도 시행을 20여 일 앞둔 이달 초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조항이 의료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법 개정 이후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후속 조치가 늦어지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이 크다"며 "혼란 상황에 대해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유지·보수 비용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예산 반영 및 집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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