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중소기업형 탄소배출권 시장 등 탄소 중립화 방안을 추진한다.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넷제로(Net Zero·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기존 대기업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참여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 달 초 ‘중소기업 탄소 중립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국내외 탄소 중립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제도를 담은 제정안이다. 한 의원은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의 조율을 거쳐 법안을 마련했으며 이날부터 공동 발의자를 모집 중이다.
탄소 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을 계기로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겠다는 넷제로 목표를 설정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기후위기에 대응해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안을 올 3월 발표했다.
현재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은 주로 대·중견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참여 없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충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당정이 이번 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제정안에는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수 있도록 실질적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중소기업형 탄소배출권 시장 제도를 마련해 기업이 감축량에 따라 시장에서 수익을 내도록 한다. 정부가 기업에 감출량을 의무 할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자발적인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감축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인증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탄소 중립 촉진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민간 전문가 중심의 ‘중소기업탄소중립위원회’를 신설하고 관련 지원 업무를 담당할 전담 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전담 기관에는 △탄소 중립 제도 운영·관리 △해외 제도 정책 연구 △전담 인력 교육 프로그램 개발 △자발적탄소상쇄배출권 거래 등의 업무를 수행할 ‘중소기업탄소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제정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 탈탄소 경영 혁신 촉진법’과도 큰 틀을 공유하고 있어 여야 간 이견 없이 무난히 국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에 편성돼 있는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자본·정보가 부족해 기존 제도에서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탄소 중립 경영 전환 제도를 마련하고 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