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콧대 꺾었다…'물속탄환' 지유찬 깜짝 금메달 [항저우AG]

하루에 亞신기록 2개 세우며 21초 72로 정상
男자유형 50m 우승은 21년 만, 역대 두 번째
중국 수영 라이징 스타 판잔러 3위로 밀어내
태권도 장준 금빛 내려차기, 펜싱 오상욱도 金

지유찬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은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회심의 공격을 넣는 장준. 연합뉴스

펜싱 남자 사브르에서 우승한 오상욱(오른쪽)이 결승 상대인 구본길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영 50m는 육상으로 치면 100m 달리기다. 동물적인 출발 반응 속도와 폭발적인 스타트,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에는 중국의 판잔러가 있었다. 항저우를 품은 저장성이 고향인 그는 중국 단거리 수영의 라이징 스타다.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50m 결선. 당연히 홈 팬들의 응원은 판잔러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20여 초의 숨 막히는 레이스 뒤 금빛 세리머니를 펼친 것은 한국의 지유찬(21·대구시청)이었다.


‘물속 탄환’ 지유찬이 한국 수영에 21년 만의 값진 기록을 선사했다.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에서 우승한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김민석 다음인 역대 두 번째다. 당시 김민석은 공동 금메달이었고 지유찬은 2위를 0.1초 앞선 21초 72로 아시안게임 신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으로 새 역사를 썼다. 홍콩의 호이안옌터우가 2위를 했고 전날 자유형 100m 금메달을 딴 판잔러는 3위(21초 92)에 만족해야 했다.


깜짝 금메달이다. 지유찬은 올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혼성 계영 400m 대표팀의 일원으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는 데 일조하기는 했지만 개인 종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낮 예선에서 21초 84로 아시안게임 기록과 한국 기록을 모두 경신하며 1위에 오르면서 기대감을 부쩍 높였다.


지유찬의 놀라운 역영은 결선까지 이어졌다. 앞서 세운 기록을 0.12초나 더 단축하면서 경쟁자들과 관중은 물론 아시아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대회 전까지 지유찬의 개인 최고 기록은 22초 17이었다.


특히 지유찬은 이번 대회 수영에서 9개 종목 연속으로 금메달을 독식하던 중국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중국 선수들이 다 1등을 하더라. 내심 제가 그걸 끊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해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여자 개인혼영 200m의 김서영(29·경북도청)은 동메달을 따냈다. 5년 전 같은 종목 금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이다.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는 에이스 장준(23·한국가스공사)이 종료 4초 전 회심의 내려차기로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란의 마흐미 하지모사에이나포티를 라운드 점수 2대0(5대4 4대4)으로 꺾었다. 1대4로 뒤진 2라운드 종료 직전 들어간 장준의 공격은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점수로 인정됐다. 결국 4대4가 됐고 동점 때는 회전 기술, 머리·몸통 공격 등을 집계해 승자를 가린다는 룰에 따라 장준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장준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모두 라운드 점수 2대0으로 이기는 무결점 금메달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고 내년 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우혁, 서건우(이상 한국체대), 이다빈, 김잔디(이상 삼성에스원)가 나간 태권도 겨루기 혼성 단체전에서는 중국에 77대 84로 져 은메달에 만족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에서는 한국 선수끼리 결승을 벌여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선배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대 7로 꺾고 금메달을 얻었다.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도 구본길과 결승에서 만나 1점 차로 졌던 오상욱은 이번에는 구본길의 대회 4연패를 저지하면서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우승에 성공했다. 한국 펜싱은 대회 초반 이틀 동안 금 2, 은 2,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