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10년 만에 퍼레이드] 전차 등장에 '우와' 환호성…외국인관광객도 엄지 척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맞아 10년 만에 시가행진
장비부대·도보부대 숭례문~광화문 일대 가로질러
우천에도 시민들 군집…"아침부터 기다렸어요"
태권도 시범·마칭밴드 등 볼거리에 시민 환호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26일 육군사관학생도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이승령 기자

“사랑합니다. 멋있어요!”


26일 오후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는 세찬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국군 시가행진을 구경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우의를 입은 아이들부터 백발의 참전 용사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행진하는 국군 장병들의 모습에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육군 K-21 보병전투차량이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기동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이날 시가행진은 2013년 건군 65주년 국군의날 이후 10년 만에 열렸다. 행진은 지축을 울리며 기동하는 장비부대 행진을 시작으로 각 군 사관생도와 후보생 등 미래 주역 세대와 도보부대의 행진으로 이어졌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미8군 전투부대원 330여 명도 도보부대로 편성돼 행진 제대에 최초로 함께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테일(28·왼쪽)씨와 대니얼(31)씨가 행진을 기다리고 있다.장형임기자

이번 행사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도 큰 볼거리를 선사했다. 서울로 신혼여행을 온 오스트리아인 부부 테일(28) 씨와 대니얼(31)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행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조금 이상하고 생소하다”며 “하지만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중에 전쟁을 겪은 분들이 있어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를 때 느끼는 불안감을 이해한다. 오스트리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대에 크게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군 주력 전차 K-2 흑표, 자주포 K-9, 전장의 택시 K-21 보병 전투차량 등 기계화 장비들이 시민들 앞을 지나가자 “우와”라는 탄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성남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우성학(70) 씨는 “매일 했으면 좋겠다”며 “군인들이 고생하는 것을 국민들이 알고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26일 숭례문 인근에서 도보부대 행진이 시작되기 전 한 군인이 아이와 인사하고 있다.장형임기자

도보부대 행진이 시작되자 장병들을 향해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우렁찬 군가에 화답했다. 3세대가 함께 구경을 나온 모습도 포착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정현(37) 씨는 “중장비를 좋아하는 두 살배기 아들에게 실물 탱크를 보여주기 위해 반차를 냈다”며 “할머니·할아버지와 다 함께 구경을 왔다. 아들은 물론 우리도 10년 전에 행진을 본 적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시가행진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했다. 부대 행진에 앞서 오후 3시 50분께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태권도 시범은 행진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지루함을 덜었다. 서울시청 앞 주 사열대에서는 서울 노원구 염광고등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마칭밴드와 각군 마스코트들이 행진 대열에 참가해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한편 이날 도심 교통 통제와 안전 관리에 나선 군·경찰·소방 인력 등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도심 교통 통제에 나선 경찰과 군사경찰 1000여 명은 행사 시작 전부터 부대 이동 구간 도로 양측에서 약 30m 간격으로 늘어서 안전 통제에 나섰다. 소방도 사고에 대비해 인파가 몰린 숭례문~광화문 일대 3개소에 구조대·구급대·화재진압대 등 34명과 상황 관리 3명을 비롯한 총 37명의 인원을 배치했다. 모범택시 기사 70명도 숭례문·을지로2가·퇴계로2가 등 주요 사거리에서 교통 통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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