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이 민주주의다.”
“사법방해 이재명 구속! 도주우려 이재명 구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앞둔 26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 앞 도로는 붉은색과 푸른색 물결로 완전히 분열된 모습이었다. 이날 법원 정문을 향하는 길목을 중심으로 건물 입구 쪽은 붉은 피켓을 든 반(反)이재명 세력들이, 도로 초입 쪽은 파란 옷을 입은 지지자들이 점거한 탓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중랑구 녹색병원 응급실을 나선 뒤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10시 3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나온 이 대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대표님 힘내십시오” “진실은 승리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했다.
이날 법원 앞은 궂은 날씨에도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수백 명이 집결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인용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각각 내거는가 하면 스피커로 구호와 노랫소리를 내보냈다.
경찰은 양측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력을 배치해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경찰은 이 대표의 지지자가 보수단체 텐트 쪽으로 지나가려 하면 길목 자체를 몸으로 막아서고 통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경찰의 사전 대비 덕에 다행히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의 제지에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촛불연대 등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경찰의 노고는 알지만, 이 대표님 지나가는 길목에서 우리 시민들이 힘을 보내야 하니까 간격을 벌려달라”면서 “아니면 시민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차를 타고 지나가는 도로 양옆 바리케이드에 바짝 붙어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기각돼서 나올 수 있도록 이 대표를 지키자”고 소리쳤다.
지지자들 일부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전날 저녁부터 이 일대에서 밤샘 노숙을 했다. 부산과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파란색 옷을 입고 모인 사람들도 있었다. 어젯밤 부산에서 이 대표를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는 윤 모(71) 씨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검사·판사 등 300명을 고소했다”면서 “김성태·유동규 진술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도 작성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 정문 입구에서는 애국순찰팀과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이 붉은 천막 아래 “이재명 구속”을 연호했다. 집회 주최자는 “이 대표가 지나갈 때 물건을 던지지는 말라”면서 “야유까지는 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해 피켓을 나눠주던 60대 여성은 “이재명의 죄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사기꾼의 몸통”이라면서 “정작 (구치소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안 들어가고 주변인들만 구속됐다”고 분노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서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으나 정작 이날 이 대표는 집회가 열린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법원에 출석하면서 돌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 대표가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오전 10시 이후부터 일부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퇴정 시간을 기다리며 노숙에 나섰다. 이들은 빗방울을 피해 건물 처마 밑에 돗자리를 편 뒤 자리를 잡았다. 이후 다른 지지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이 대표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