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노인 손님 나가라는 듯 '쪽지'…본사는 "재발 방지" 사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서초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업주가 나이 지긋한 손님이 매장을 오래 이용한다며 쪽지를 건넸다는 사연이 알려지자 빌리엔젤 측이 이를 파악하고 사과했다.


26일 빌리엔젤 측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5일 특정 가맹점에서 고객에게 전달한 쪽지 사안과 관련하여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빌리엔젤 측은 "가맹점주는 사실임을 인정하였고 이에 본사 차원에서 고객님 응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했다"며 "해당 가맹점주는 고객님께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매장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주 내 해당 사례를 전 매장에 공유할 예정"이라며 "또 고객 응대 및 고객 차별 방지 교육을 보강하여 향후 전 가맹점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며 이수 여부와 시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빌리엔젤은 고객 응대에 있어 나이, 성별, 인종, 이념 및 사상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가 잘못된 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리 소홀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으신 고객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이 일로 불편하셨을 모든 고객님께도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앞서 전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르신이 카페에 좀 오래 앉았다고 받은 쪽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이날 서울의 한 역세권에 위치한 케이크 전문 카페에 올라온 이용 후기가 캡처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리뷰로 불만을 토로한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지난 24일 오전 해당 카페를 이용했다가 겪은 일을 소개했다. 그는 "아빠가 사장님으로부터 이런 쪽지를 받으셨다고 들고 오셨다"며 결제 내역과 쪽지를 공개했다.


업주가 건넨 포스트잇에는 "고객님 매장 이용 시간이 너무 깁니다. 젊은 고객님들은 아예 이쪽으로 안 오고 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아버지께 연유를 여쭤보니 커피 한 잔 사시고 오래 계셨다고 말씀하더라. 저 상황을 보면 아버지의 문제는 재주문을 하지 않은 것 혹은 너무 오래 있는 것일 텐데 갑자기 나이 관련 지적이 왜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사칙에 고객의 나이에 대한 내용이라도 있는 건지"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젊은 고객님들은 아예 이쪽으로 안 오고 있다'는 언급은 저희 아버지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의 나이가 문제라는 말로 들린다. 아빠가 이 쪽지를 받고 주위를 둘러보니 가게 내부에 손님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석인 상황도 아니었다면 혹시 젊은 분들이 창밖에서 저희 아버지를 보고 가게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건지 궁금하다"고 따졌다.


아울러 "대학 건물 앞에 있어서 '젊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였다면 노 시니어 존임을 밝혀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는 아버지의 연령대는 갈 수 없다고 잘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카페 업주는 “쪽지에 담긴 표현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고객의 이용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취지로 농민신문에 해명했다.


카페 측에 따르면 손님은 24일 오전 11시 이전에 음료를 한 잔 주문했고 쪽지를 받은 뒤 오후 6시께 매장을 떠났다. 매장 이용 시간이 7시간에 달한 것이다. 또 손님이 매장 내 중간 테이블에 착석해 널찍한 곳에 앉고 싶어 하는 다른 고객들이 근처에 앉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업주는 “해당 손님의 매장 이용 시간이 너무 길어 아내가 조용히 따로 안내하려고 쪽지를 쓴 것인데 표현이 잘못돼 오해를 산 것 같다”며 “노 시니어존이라든가 노인차별 의도가 있던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곳에서만 7년 넘게 영업해온 매장”이라며 “평소에도 노인 분들이 자주 오시고 항상 친절하게 대했는데 이런 오해가 생겨 난감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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