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광풍' 꺾였나…공모가 하회 속출 [시그널]

두달 반만에 '소형스팩' 청약 부진
폭등했던 주가도 현재 공모가 수준
따따블 노린 단타족 수요 줄어들고
연말까지 몰린 '일반 IPO'도 한몫

이미지투데이

‘묻지 마 투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에 대한 투자 열기가 두 달 반 만에 꺾였다. 신규 상장 스팩들의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흥행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공모액 100억 원 미만의 소형 스팩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001500)의 HMCIB제6호스팩은 전날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약 61.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문액의 100%를 미리 내는 청약증거금은 약 1200억 원이었다. HMCIB제6호스팩은 공모액(공모가 2000원)이 80억 원(400만 주)인 소형 스팩이다. 다음 달 4일 청약금 환불 후 같은 달 1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교보14호스팩(456490)이 7월 6일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하며 스팩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후 소형 스팩 청약 부진은 처음이다. 이달 4일부터 5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상상인제4호스팩(452670)(공모액 90억 원)이 1011대1의 경쟁률로 1조 1000억 원의 증거금을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지난달 29~30일 한화플러스제4호스팩(455310)(공모액 95억 원) 청약에도 1조 7900억 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들어왔다.


대형 스팩에서는 조짐이 있었다. 지난주 청약을 실시한 신한제11호스팩(공모액 360억 원)이 3.2대1의 경쟁률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스팩 투자 광풍은 금융 당국이 6월 말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한 데 따른 부작용이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명목상 회사로 합병 대상을 찾기 전까지 경영 성과나 성장성을 따지기가 어렵다. 하지만 제도 개편 이후 공모 규모가 작은 소형 스팩의 시세 변동폭이 크다는 점에 ‘단타족(단기투자족)’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교보14호스팩이 상장 첫날 장중 상승 최대 제한폭에 가까운 7980원까지 급등했고 이후 DB금융스팩11호(456440)·에스케이증권제9호스팩(455910)이 상장일 공모가 대비 최대 243%·258%나 폭등했다. 공모액 100억 원 안팎 스팩들의 공모주 청약 때마다 1조 원 넘는 증거금이 모이기 일쑤였다.


스팩 열기는 투자자들이 상장일 가격제한폭 완화 조치에 점차 적응하고 상장일 주가 고점이 낮아지면서 시들해졌다. 특히 한화플러스제4호스팩과 상상인제4호스팩은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한때 3000원을 훌쩍 넘었던 스팩들의 주가는 현재 공모가인 2000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이는 스팩 주가 이상 급등이 일어나기 전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일반 기업공개(IPO) 종목 청약이 대거 예정돼 있다는 점이 스팩 투자심리 약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주가가 2000원 미만인 스팩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연말까지 예정된 일반 IPO가 20종목이 넘다 보니 자금이 스팩에서 일반 공모주로 쏠리는 중”이라며 “HMCIB제6호스팩의 경우 청약금 환불일이 8일로 길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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