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무기한 유예 조치를 통보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국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 현지 복수의 소식통은 “내달 11일 만료되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조치와 관련해 미 상무부가 한국 기업들에게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을 적용해 향후 수출통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VEU는 일종의 ‘통합 라이센스’로 미국 상무부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사용할 반도체 장비 목록을 제출하고 이에 한해서는 별도 허가 없이 자유롭게 장비를 반입하는 방식이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 SK하이닉스와 두 회사가 반입할 수 있는 장비 목록 등의 미세한 세부 사양을 놓고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사실상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핀펫 또는 가펫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 로직 반도체 △14㎚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 및 생산 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했다. 단, 미 정부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한해서는 수출 통제 1년 유예 조치를 내렸고 다음달 기한이 만료된다.
한미는 이와 관련해 비교적 원활한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중국 화웨이의 7㎚ 공정 스마트폰 출시 등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그러나 “미국 정부가 화웨이 반도체 문제와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통제 문제는 별건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화웨이는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장비 통제 무기한 유예 통보 시점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내달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실패로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발생할 경우 통보 시점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