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위험한’ 밀착에…꿈의 '한국형 핵잠수함' 힘 실린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4000t급 잠수함부터 한국형 핵잠 도입”
중국 등 주변국의 도발 억제효과도 기대
호주 케이스 적용시 2030년쯤 도입 가능
한국형 핵잠 건조 비용 1조5000억 안팎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내부를 시찰하며 잠망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미 해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삼 회담을 계기로 북러 밀착을 시도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러시아가 부족한 포탄과 미사일을 북한이 넘겨주는 대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군 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등의 첨단군사 기술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한미 군 당국에게는 심각한 안보 위협의 변수가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추진잠수함과 군사 정찰위성을 확보해 군사력을 업그레이드한다면, 한국 군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직접 운용하는 게 훨씬 실효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군의 핵무장이 어렵다면 차라리 미국의 전략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재 한미는 연합사령부를 축으로 5세대 F-35스텔스 전투기와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고성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전략무기를 앞세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과 정상회담 이후 나온 워싱턴 선언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우리나라 항구에 정기적으로 들어오게 된다.



北비대칭 전력엔 한국형 핵잠수함이 대안


군사 전문가들을 북한이 이미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만큼 핵잠수함까지 확보할 경우 이는 동북아시아 군사·안보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도 한국형 핵잠수함을 도입·확보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SSBN을 감시하려면 물속에서 오랫동안 고속기동할 수 있는 ‘진짜 잠수함’인 핵잠수함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수면 위로 스노클(잠수함의 수중 통기)을 자주 해야 하는 디젤잠수함으로는 상대편 잠수함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추적용 잠수함은 SLBM 탑재 잠수함보다 1.5배 이상 속력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핵잠이 필수적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문근식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SLBM을 탑재한 상대 잠수함을 공격하려면 아군 잠수함이 계속 따라다니면서 감시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적국의 핵무기 탑재 잠수함을 계속 미행하다가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려는 순간 아군 핵잠에서 어뢰를 발사해 즉각 파괴해야 함으로 핵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미국도 핵미사일을 실은 전략 원잠(SSBN)을 잡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공격 원잠(SSN)을 활용하고 있다. 안보전문가들 사이에 경항공모함보다 핵잠수함 건조가 더 급하다는 견해가 상당히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국형 핵잠수함 도입은 우리 군의 오랜 숙원이다. 아쉽게도 한국형 핵잠수함도입은 진행 형이다. 유사시 대응능력이 강화된 3000t급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 3번함인 신채호함을 마지막으로 전력화를 완료한 이후, 무장 탑재와 잠항 능력이 향상된 3600t급 및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할 계획인데 이들 잠수함부터 핵잠수함으로 생산하자는 구상이지만 군 당국은 아직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앞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해군

핵잠과 디젤잠수함의 차이는 속력 면에서 핵잠이 KTX라면 디젤잠수함은 완행열차로 구분된다. 당장 핵잠은 평균 시속 37∼47㎞로 지구 한 바퀴(4만120㎞)를 도는 데 40여 일이 걸린다. 반면에 디젤잠수함은 평균 시속 11∼15㎞로 140여 일이 필요하다. 특히 핵잠은 도중에 보급품 및 연료를 재보급받거나 기항지도 필요 없다. 수중작전 능력 측면에서도 핵잠은 무제한이지만 디젤잠수함은 매일 의무적으로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하고 속력 및 수중작전 지속능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적 한계가 있다. 공격능력 면에서 핵잠이 헤비급 펀치라면 디젤잠수함은 플라이급 펀치 수준이다. 생존능력(은밀성) 역시 핵잠이 스텔스함이라면 디젤잠수함은 세미 스텔스함으로 평가된다.


한국형 핵잠수한 모델로는 프랑스 바라쿠다급(5300t) 핵잠이 꼽힌다. 바라쿠다급 잠수함은 농축률이 20% 미만인 핵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고농축을 제한한 한·미 원자력 협정 위배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루비급 잠수함 후속인 바라쿠다급 잠수함은 프랑스 DCNS사가 개발했다. 한국형 핵잠의 모델로 부각된 바라쿠다급 핵잠은 안전잠항 심도 400m, 최고 속력은 수중 25노트(시속 46㎞), 수상 14노트(시속 26㎞)로 60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최대 70일까지 작전이 가능하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갖게 된다면 가장 큰 역할은 북한의 고래급 탄도미사일 잠수함 견제다. 인도·태평양으로 시각을 넓히면 중국 등 주변국의 도발 억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 진해 해군기지 앞바다에서 한국형 원잠이 잠수하면 텐진·칭다오를 방어하는 중국 북해함대와 상하이를 방어하는 동해함의 발을 묶을 수 있다. 하루 1000㎞를 이동하는 한국형 핵잠수함이 어디서 떠올라, 한국형 SLBM 미사일로 어디(지역)를 위협할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형 핵잠 모델 ‘프랑스 바라쿠다급 핵잠’


한국형 핵잠수함의 가장 큰 난관은 선박용 원자로 확보다. 전문가들은 7년이면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과 선체 설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보다 더욱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건 한국형 핵잠수함의 건조에 대한 미국의 동의가 필수이라는 점이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 핵연료를 보유할 수 없다. 농축률 20% 이하인 저농축 우라늄도 군사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반드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또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난관도 넘어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만약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이 호주와 같은 케이스를 한국에 적용한다면 2030년을 전후해 우리도 한국형 원잠을 제작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수함 전력은 독일 209급을 개량한 장보고급(1200t) 9척과 214급을 바탕으로 AIP를 탑재한 손원일급(장보고Ⅱ, 1800t) 9척이 기반을 이루고 있다. 2018년 진수한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을 시작으로 장보고Ⅲ 9척도 도입할 예정인데, 2028년까지 3600t급 4~6번함 도입을 마무리한 후, 그 다음에 만드는 4000t급 잠수함은 원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의 바라쿠타급 핵잠수함이 한국형 핵잠수함인 4000t급 잠수함과 체급이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프랑스는 괜찮은 한국형 핵잠수함 개발 파트너라는 전망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자료: 방위사업청

바라쿠다급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 무장은 4문의 533㎜ 어뢰발사관과 12개의 수직발사대(VLS)를 갖추고 각종 어뢰와 기뢰, 대함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대잠·대수상함·대지 작전을 수행한다. 1척 당 건조비용은 12억 6000만 유로(약 1조 6200억 원)에 달한다.


핵잠수함의 도입 진가를 입증한 대표적 사례는 1982년의 포클랜드 전쟁이다. 당시 영국의 핵잠수함은 1만4400km 떨어진 포클랜드 해역에 10여일 만에 도착해 아르헨티나 해군 순양함을 격침시켜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반면 함께 출발한 재래식 잠수함은 5주나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우리 군도 핵잠수함 도입에 대해 마음이 급하지만, 당장은 대통령의 결심을 받아내기는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19일 부산에 기항 중인 미국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직접 찾아 승함해서 내부를 둘러봤다. 건국이래 국군통수권자인 한국대통령으로서 최초이자 외국정상으로도 첫 탑승이다. 이는 한미 동맹의 강력한 확장 억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한반도 내 북한의 비대칭 전력 우위가 상실됐다는 상징성을 북한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성격이 강하다. 이는 우리 군이 직접 핵잠수함을 도입하기 보다는 미국의 전략무기 핵잠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알린 의미도 담겼다.



북러 무기거래 한국형 핵잠 ‘도입론’ 힘 실려


그러나 불과 두 달 사이에 한반도 상황이 달라졌다. 북러 밀착이 현실화되면서 한국의 독자적 핵잠수함에 도입 필요성과 그 가능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도입 과정에서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월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핵잠수함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잠수함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한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핵잠수함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무기인데다,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800km에 묶여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의 철폐와 함께 핵잠수함 개발 여부는 ‘마지막 안보 족쇄’로 불린다.



연합뉴스

장보고-Ⅲ급 배치(Batch)-Ⅰ초도함 ‘도산안창호함’ 사진 제공=해군

일각에서는 한국이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걸 놓고 사실상 ‘핵무기’가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한국은 핵무기를 제작 및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핵잠수함도 도입이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대목이 있다. 전략핵 잠수함(SSBN)과 핵추진 잠수함(SSN)을 혼동하다는 점이다. 전략핵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에 핵탄두를 실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다량으로 탑재하고 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1만9000t), 러시아의 타이푼급(2만6000∼4만8000t), 중국의 진급(1만1000t)처럼 최소 1만 t 이상의 ‘덩치(배수량)’에 히로시마 원폭(20kt·1kt는 TNT 1000t의 파괴력)보다 수천 배 위력이 센 핵무기를 싣고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다르다. 재래식 탄두가 장착된 SLBM이나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뿐 핵공격 능력이 없는 ‘비핵무기’로 분류된다. NPT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핵무기 제작에는 90% 이상 농축한 고농축우라늄이 필요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수 없는 저농축우라늄(농축도 20% 미만)을 핵연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전략핵잠수함 잡는데는 공격잠수함 ‘적합’


특히 핵추진 잠수함의 운용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 핵미사일을 실은 전략핵잠수함(SSBN)은 미국의 오하이오급(1만8000t급), 러시아의 타이푼급(4만8000t급) 등은 수십발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몇달씩 물 속에 머물며 작전을 펼친다. 적국의 전략핵잠수함을 견제할 대체 전력무기가 필요한 것인데, 전략핵잠수함을 잡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공격형 핵추진잠수함(SSN)이다. 전략핵잠수함이 출항하면 파트너처럼 따라다니며 작전을 함께 펼치는 것이 핵추진 잠수함이다.


한국은 이미 핵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잠수함 원조국인 독일에 버금가는 잠수함의 설계·건조 실력을 보유한 데다 핵잠용 소형 원자로 제작 기술도 충분히 축적하고 있다. 이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1400t급 잠수함 3척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수출액이 1조 1600억에 이른다.


그러면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비용은 얼마나 될까. 핵잠은 디젤잠수함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건조비용과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해군이 내놓은 용역보고서가 국내에서 핵잠 개발 시 획득 기간 7년, 총 1조3000억∼1조5000억 원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외에서 도입할 경우에도 바라쿠다급이 적절하다고 제시하면서 구매비용으로 1조7000억 원을 전망했다.


한편 북한도 핵잠 건조를 준비하는 정황이 38노스 등 미국 인공위성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북한은 기술적 문제를 떠나 천문학적 건조 비용과 운용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지가 핵잠 개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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