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고 2차전지 인재 산실…대기업들 '유니스트'에 몰린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국내 정상급 연구기관으로 도약
학술분야·사업화 실적 탁월…초격차 기술 개발 주력 ?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유니스트. 사진제공=유니스트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이번 2학기 삼성SDI ‘e-Battery Track 특별전형’의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들은 2년 동안 UNIST 대학원의 ‘배터리 과학 및 기술 과정’을 수료하고, 삼성SDI에 입사하게 된다. 삼성SDI 뿐만 아니라 SK온, 포스코퓨처엠도 UNIST와 이차전지 분야 석·박사급 고급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표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UNIST 이차전지 인재를 입도선매 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들이 UNIST와 손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우수 인재를 지도할 수 있는 교수진과 산업현장 실전 지식을 익힐 수 있는 인프라 때문이다. UNIST는 이러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탁월한 학술실적과 기술사업화 성과를 쏟아내며 단기간에 국내 최고 이차전지 연구 대학으로 부상했다. 향후 이차전지 글로벌 선도 도시 도약을 목표로 하는 울산의 연구 거점 역할도 기대된다.


현재 UNIST는 이차전지 단일 분야에만 10여 명의 교원이 있다.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다. 보통 대학 내 배터리 전공 교수는 한둘에 그친다.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차전지 대기업 기술 개발 임원 출신, 이차전지 분야 전세계 상위 1% 연구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사이언스, 네이처 에너지 등과 같은 최상급 학술 저널에 350여 건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으며, 보유한 특허만 해도 400건이 넘어간다. 연구진들의 전문 분야가 이차전지의 핵심인 4대 소재부터 제조 기술, 차세대 이차전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으로 다양한 것도 UNIST 이차전지 연구·교육의 강점이다.


UNIST는 개교 초기부터 이차전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2009년도 개교 당시 학부에 친환경에너지공학부를, 2011년에는 대학원에 국내 최초 이차전지분야 전문 특화과정인 ‘배터리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과정을 개설했다.


자원을 집약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실증 연구도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약 200억 원을 투입해 이차전지 연구센터도 지었다. 2016년 완공된 이 이차전지 연구센터는 이차전지 연구만을 위한 대학의 연구센터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고가의 이차전지 분석 장비부터, 전지 시제품 제작, 성능 테스트 설비까지 기초 연구부터 상업화 연구까지 모두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이다. 또 대용량 이차전지인 에너지저장장치(EES) 전담 연구시설인 해수자원화센터도 4층 규모의 단독시설을 갖추고 있다. 해수자원화센터는 비싼 리튬 대신 바닷물에 풍부한 나트륨으로 전기를 저장하는 해수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UNIST의 연구성과는 논문에 그치지 않고 기술사업화 등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극과 음극 소재는 배터리 용량, 수명, 청전 속도 등을 결정하는 요소다. 최근 전기차의 부상으로 빠르게 충전되고, 수명이 긴 대용량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극 소재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UNIST 교원이 기술 창업한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은 현재까지 누적된 투자유치 금액만도 1000억 원이 넘어간다. 단결정 양극재 생산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이 기업은 그 기업 가치가 1조원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또 2011년에는 고속 충전 음극 소재 기술을 당시 기술이전료 최고액을 기록하며 국내 중견 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UNIST는 이차전지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고밀도에너지전지와 전고체전지에 연구 역량을 모은다. ‘고에너지 밀도·차세대 리튬 이차전지 글로벌 산업 거점 도시’를 목표로 하는 울산과도 행보를 맞추는 것이다. 울산시는 지난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됐다.


UNIST는 이 연구 분야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고밀도에너지전지 중 하나인 리틈금속전지 소재를 현대자동차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삼성미래기술육성과제에도 4건이나 선정됐다. 고밀도에너지전지는 용량은 크고 가벼운 장점이 있어 장시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드론 등의 개발에 필수적이다. 또 전고체 전지 분야에서도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전고체전지는 휘발성 전해질이 없이 작동해 화재 위험이 없는 차세대전지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이차전지 초격차 기술 확보는 범국가적 과제”라며 “UNIST의 이차전지 분야 역량을 총결집해 특화단지의 연구·인재 양성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국가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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