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 일편단심 '美빅테크 사랑'…나스닥ETF 1兆 '뭉칫돈'

최근 한 달 동안만 1581억 유입
빅테크 톱7, 올 들어서만 81% ↑
한화·한투운용, 차별화 상품 선봬

미국 엔비디아. 연합뉴스


올 들어 국내에 상장된 나스닥100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총 1조 원가량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 장기화 공포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투자 자금 상당액이 미국 빅테크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쪽에 집중되면서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5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27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 11종(인버스(역방향) 상품 제외)의 순자산은 올해 초 3조 1729억 원에서 지난 26일 4조 1587억 원으로 9697억 원 늘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발언 등 증시 악재가 이어졌던 지난달 25일~이달 26일에도 순자산은 1581억 원 더 불었다. 나스닥100지수는 나스닥에 상장한 업체 가운데 우량기업 100곳만 모아둔 주가지수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나스닥100지수 추종 ETF들이 빠르게 순자산을 불리자 관련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규모가 가장 큰 ‘TIGER 미국나스닥100’이 지난 8일 2조 4053억 원의 순자산을 기록해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2조 3853억 원)’을 제치고 전체 해외주식형 ETF 시장에서 1위에 등극했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순자산 최선두 자리를 내준 건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른바 ‘서학개미’가 나스닥100지수 ETF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올 초부터 주식시장을 뒤흔든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고금리 국면에서도 올 들어서만 35.96% 올랐다. 같은 기간 가치주 위주의 S&P500(13.42%), 러셀1000(13.26%) 지수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플랫폼스 등 지수의 절반 가까이(43.25%)를 차지하는 나스닥 시총 상위 7종목, 일명 ‘매그니피센트7’이 81% 오르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빅테크 투자 열기를 타고 차별화된 투자 지점을 내세운 ETF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7월 국내 최초 빅테크 레버리지(차입) ETF인 ‘ARIRANG 미국테크10레버리지’를 내놓았다. 나스닥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기초지수 ‘아이셀렉트(iSelect) 미국테크1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브로드컴·어도비·시스코시스템스 등으로 지수를 구성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 12일 매그니피센트7에 95%를 투자하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를 상장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10거래일 연속 해당 ETF를 22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빅테크 ETF가 높은 인기를 얻자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금리 시대에는 가치주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전통적인 공식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빅테크 상당수가 2020년 금리가 낮을 때 기존 빚을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으로 되갚아 부채 비용을 줄인 덕분에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자산 배분 리서치 책임자 크리스찬 뮬러 글리스만은 “AI가 기술 부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는 나스닥지수가 고금리에도 상승하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매체 배런스는 “넷플릭스는 현재 순부채가 2019년보다 적은 완벽한 사례”라며 “빅테크들이 부채 관리를 잘했기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주가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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