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대놓고 성희롱하는 느낌이다. 유튜브에 유해 매체로 신고하고 싶다.”
최근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는 노래가 유튜브를 비롯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휩쓸자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미디언 조훈(30)의 부캐릭터 ‘조주봉’이 지난 7월 발표한 이 노래는 선정적인 가사로 미성년자들에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 지역의 맘카페에는 '홍박사님을 아세요 이 노래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뒀다는 학부모 A씨는 "아이가 '홍박사(챌린지)' 검색해달라고 해서 보니 (가사에) 여자 가슴이 나온다. 이거 너무 저질스럽지 않나"라며 "성교육한다고 생각하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려줄까 싶다. 댁의 아드님 따님들도 혹시 홍박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이 글을 접한 다른 학부모들은 "우리 애들도 그러길래 못 부르게 하고 혼내줬다", "우리 애도 친구가 휴대폰으로 보여줬다고 하는데 나이대에 안 맞는 거니 안 했으면 좋다고 했다", "아이에게 나이에 맞는 노래가 아니라고 알려줬다"는 댓글을 적으며 A씨에 공감했다.
경기 용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저희 집 두 녀석도 자꾸 따라 부르며 춤추는데 가사가 부적절한 듯”, “아이들이 따라하기에는 부적절한데 많이 유행한다”, “적당히 하다가 말기를 바란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의 이 같은 걱정은 ‘19금 유머 코드’가 녹아든 가사와 안무 때문이다. 이 노래는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중요 부위를 강조하는 듯한 춤과 직접적인 가사가 담겨있다.
가사는 ‘옛날에 한 처녀가 살았는데 가슴이 작은 게 콤플렉스였어요/ 그래서 이쪽으로 유명한 홍박사님을 찾아갔걸랑요/ 그랬더니 이 운동을 하면 가슴이 커진다는 거예요/ 그래가지고 버스정류장에서 이 운동을 막 하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어깨를 툭툭 치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홍박사님을 아세요?’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남자(조훈)가 자신의 하반신을 부각시키며 다리를 떠는 춤을 춘다. 가슴 크기가 콤플렉스인 여자와 중요 부위 크기가 콤플렉스인 남자가 홍박사의 운동법을 따라한다는 설정이다.
최근 하나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자리 잡은 ‘홍박사’의 인기는 온라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Tiktok) 등 SNS에는 해당 노래의 가사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댄스 챌린지' 영상이 수두룩하다.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 ‘더쿠’는 “중학교 교사인데 홍박사는 여자애들도 함”, “홍박사 저거 노래방 차트 순위에서도 높더라”,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 통해서 홍박사 밈 알게 됨” 등의 댓글로 학생들 사이에서 실제 이 노래가 유행 중임을 시사했다.
학부모들이 가사와 안무의 ‘선정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나 어릴 때도 저런 거 많긴 했다. 3~4학년 한창 성에 눈뜰 때 성 관련 말장난 엄청 유행했고 5~6학년 넘어가면 당연하다는 듯 섹스 얘기하고”, “어린애들이 똥이나 방귀 등 원초적인 거에 크게 반응함”, “큰 뜻 모르고 그냥 부르는 거라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지나가는 유행 정도로 봐도 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남초 커뮤니티 ‘개드립넷’에서는 “홍박사 밈은 싫지만 챌린지 한다고 욕하거나 검열하는 건 잘못됐다고 봄”, “카디비 노래 가사 한 번씩 보여주고 싶다”, “이 나라에서는 코미디를 못 한다” 등 댓글이 달렸다.
이런 와중에 국토교통부가 이 노래를 패러디해 공식 SNS에서 활용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토부는 지난 14일 X(옛 트위터)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국토부는 “그쪽도 추추추추추석 톨비 공짜인거 아세요?”라며 해당 노래 일부를 패러디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국가기관에서 쓰기에는 좀 그렇다”, “밈으로 친근감을 자아내는 것은 좋지만 부적절하다”, “전체 가사 안 보고 쓴 것 같다”며 질타했다.
한편 지난 7월 디지털 싱글 ‘홍박사님을 아세요?’를 발매한 조씨는 지난 17일 iMBC연예와의 인터뷰에서 홍박사 밈을 향한 악플과 유머를 넘나다는 반응에 대해 “이런 반응들이 ‘밈’처럼 돼서, 캐릭터에 살이 더 붙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