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 8개월 만에 형이 확정된 사건 1건이 공표된다. 빠르게 늘고 있는 중대재해를 수사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우려는 내년부터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27일 홈페이지에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 형이 확정된 건설업체 1곳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작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공표된 첫 사례다. 이 기업의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시행된 공표제는 5년 간 일반에 중대재해 발생 이력을 알린다.
중대재해 공표 사건이 고작 1건에 불과한 이유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대재해를 적시 수사로 대응하지 못해서다. 올해 상반기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의 건설 현장에서 사고 사망자는 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명 늘었다. 게다가 7월부터 8월 11일까지 사망자가 급격히 늘면서 22명이나 증가했다. 벌써 지난해(74명) 사망자를 5명 초과한 79명이 50억 원 이상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우려는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50인 근로자 사업장·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된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현장 점검, 안전 교육, 컨설팅, 수사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인력과 시간 모두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사고 빈도가 높지만 검찰이 10대 건설사 중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곳은 1곳도 없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최근 산업재해 통계를 발표하면서 “1만 6000개 대상이던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은 내년 예산 증가로 2만 5000개까지 늘릴 수 있다”면서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역량·재정 여건이 부족해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