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전미자동차노조(UAW)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파업 현장에 등장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노조의 파업 시위에 동참한 것은 사상 최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UAW가 미시간주 웨인카운티에서 진행 중인 12일 차 파업 현장을 방문했다. 벨빌 GM 물류센터 시위 현장의 피켓라인에 동참한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노동자)들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우리가 잃은 것을 되찾자”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친(親)노조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숀 페인 UAW 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성기를 들고 “당신들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그 이전에 자동차 산업을 살렸다”며 “당신들은 많이 희생했고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UAW 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임금 40% 인상’ 지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 그들이 그것을 흥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인 27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문 일정을 의식해 시위에 서둘러 동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노조 시위에서 연설하겠다고 발표했다. UAW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조직이지만 전기차 전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온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내년 대선에서 지지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선거 캠프의 대변인인 암마르 무사는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어떤 이기적인 사진 촬영도 트럼프가 지난 4년간 노동자들을 버리고 초부유층과 함께 서 있었다는 사실을 지울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파업 현장 방문에 대해 “그(바이든 대통령)가 수세에 몰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맞대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석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시간 방문이 그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이는 그의 정치적 기반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