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골프계에서 ‘키다리 아저씨’ 별명을 얘기하면 강형모 대한골프협회(KGA) 회장부터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강 회장이 운영하는 대전 유성CC에서 어린 박세리는 비용 걱정 없이 마음껏 라운드하고 연습하며 세계무대 제패의 꿈을 키웠다. 장정, 전미정, 김주연, 이미나, 홍진주, 최진호, 허미정 등도 그랬다. 이른바 ‘유성 장학생’들이다.
강 회장은 올 6월 대한골프협회장에 당선됐다. 전임 회장의 중도 사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맡았다. 키다리 아저씨에서 구원 투수로 변신한 것이다. 그냥 구원 투수가 아니다. 협회 살림을 돌보는 이사로, 국가대표를 총괄하는 선수강화위원장으로, 그리고 상근부회장으로 20년 간 협회를 지킨 ‘특급 선발급’ 구원 투수다. 늘 KGA 로고와 태극기가 들어간 협회 복장을 고집해 다른 옷을 입으면 어색해 보일 정도다.
최근 경기 파주의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강 회장은 “다른 일 없으면 매일 출근한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일이란 것도 대회 시상 등 협회 업무다.
6월 당선 뒤 어떻게 보내셨는지. 조직 안정화가 우선 업무 중 하나였을 텐데.>>>
“기존 조직이 있었던 거고 그렇다고 아주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던 것도 아니었기에 딱히 조직 안정화라고 할 건 사실 없었다. 협회 일이란 게 매년 해야 하는 행사들이 고정돼있고 정기적으로 하는 일들을 해나가는 거라서. 제가 들어오자마자 뭘 막 바꾸고 할 수 있는 그런 조직도 아니다. 다만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계획에 중점을 두면서 해야 할 것들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상근부회장으로 계실 때와 회장인 지금을 비교하면 업무나 책임감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실질적으로는 상근부회장 시절과 100% 똑같이 일하고 있다. 왜냐하면 갑자기 회장이 된 입장이고 전임 회장님의 남은 임기인 1년 6개월을 일하는 거기 때문에.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을 그저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밖엔 없지 않을까.”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여름 파리 올림픽 메달 획득에 골프 팬은 물론 국민의 기대가 클 것이다. 국제 대회에서 골프가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당연히 기쁜 일일 테지만 협회 입장에서 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나.>>>
“대한골프협회는 대한체육회에 가맹된 경기 단체이기 때문에 우수한 선수를 많이 육성해서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한데 최근 들어 골프를 하려는 어린 친구들이 예전보다 적어져서 걱정이다.”
얼마나 심각한가.>>>
“남자 선수만 봐도 10~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등록 선수가 예전의 반도 안 된다. 20년 전 김경태, 강성훈 이런 선수들이 국가대표 지내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그렇단 거다. 요새 조금씩 증가 추세가 보이긴 한데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골프 선수를 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이렇게 적으면 발굴과 육성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비용이라든지 환경적인 요인에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영향으로 볼 수 있겠다. 어쨌든 아이들이 골프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선수 등록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17개 시도 골프협회와 함께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중이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단순히 흥미를 유발할 프로그램을 넘어서 골프로 들어왔을 때 어떤 과정을 밟게 될지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 박인비의 금메달은 국내 골프계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으로 돌아온 역사적인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땄으니 그 자체로 큰 의미였다. 선수 본인은 물론 우리 협회, 우리나라 전체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
(대한골프협회는 박인비에게 포상금 3억 원,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은 박세리에게도 5000만 원의 지도자 포상금을 안겼다. 타 종목과 비교해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당시 협회는 포상에만 최대 11억 원을 편성하는 등 일찌감치 20억 원 이상의 올림픽 기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박인비에 대해 부상 때문에 얘기가 많았는데 곁에서 보는 입장에선 ‘그래도 딸 수 있겠다’하는 믿음 같은 게 있으셨나.>>>
“우리도 올림픽이 처음이고 감독도, 선수들도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올림픽은 투어 대회 현장과는 또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라. 그런 면에서 박세리 감독의 역할이 컸다.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주도록 조언을 해주면서 부담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 협회도 그렇고 감독도, 선수끼리도 서로를 편하게 해주려는 노력들이 눈에 보였다. 협회에선 대회장 인근의 편안한 숙소와 한국 음식 등을 마련하는 데에 애를 썼다. 두 번째 올림픽(2021년 도쿄)에선 메달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금메달을 딸 환경만은 최고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시도 협회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 협회의 기본 업무도 결국은 각 시도 협회에 속한 선수들을 발굴해서 잘 키워내는 것이다. 각 시도에서 잘하는 선수가 중고연맹 대회를 나가는 것이고 거기서 또 올라오면 우리 협회 주관 대회에 출전하는 식이다. 그런데 가장 기초 단계인 시도 협회 레벨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어떤 면에서 열악한가.>>>
“시도 단위로 대회를 열려고 해도 골프장 빌리기가 어렵고 선수 육성에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우리 협회는 중앙 단체로서 가급적 많은 지원을 해주려 한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 동안 지원의 강도를 높여왔다. 지금부터는 각 시도와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같이 개발해야 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의 선수들이 동참하도록 해 재능 기부를 유도하는 식의 모델도 좋을 것 같다.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아주 중점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 다른, 우리나라 골프 환경에 있어 골프 대중화란 어떤 모습일까.>>>
“대중화라 함은 많은 사람이, 그러니까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골프를 치는 사람이 아주 많아질수록 대중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러려면 골프장들이 더 다양화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18홀 골프장만 있을 필요는 없다. 9홀도 좋고 나아가 6홀짜리 골프장도 많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그린피가 15만 원인 골프장이 있으면 10만 원인 곳도, 5만 원인 곳도 있어야 한다. 골프를 치는 사람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구호만 대중화일 뿐 실제 선택권은 많지 않다. 거의 90% 이상이 비슷한 레벨의 골프장들 아닌가. 그래서 그린피 올랐다는 얘기만 나오면 ‘비싸다’ ‘대중화에 역행한다’는 말이 쏟아지는 것이다. 최소한의 영리로 운영하는 6홀, 9홀 골프장들을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운영해나간다면, 그래서 다양한 선택지가 전국적으로 분포돼있으면 진정한 대중화가 빨라지지 않을까.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는 골프인구 유입으로 이미 대중화에 가까워졌다고 하지만 ‘진짜’ 대중화까진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본다.”
세금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개별소비세(1인 2만 1120원)만 봐도 결국 골프를 사치성으로 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징벌적 측면의 과세이지 않나. 개소세가 우선 없어져야 대중화가 가능할 거고. 이외에도 각종 중과세가 골프장들을 옭아매고 있다. 이런 게 다 그린피에 반영이 되는 거라 세금 관련 개선은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경제 논리로 볼 때 세금 부분이 풀리면 자연스러운 골프 대중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골프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R&A와 국제골프연맹(IGF) 내에서 하시는 활동도 궁금하다.>>>
“골프에 있어 가장 큰 국제기구가 IGF다. 세계 각국의 협회가 가입돼있듯 우리 협회도 당연히 거기 들어가 있고. 저는 그 IGF의 집행위원으로서 5~6년 전부터 일하고 있다. 매년 총회의 집행위원회의에도 참석하고 있고.”
IGF의 사업과 재정 전반을 관장하는 집행위원은 극소수라고 들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골프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상당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해도 되겠다. 개인적으로도 총회 참석 등의 행사 때 한국 골프의 위상을 더 높이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R&A와 교류는 어떤가.>>>
“역시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 주관 대회인 한국오픈의 경우 우승자는 물론 준우승자까지 디 오픈에 직행할 수 있게 된 것도 R&A 쪽에서 우리나라 골프와 협회를 인정해준 덕분이다. 디 오픈 자동 출전 티켓이 2장이나 나올 정도로 한국 남자 골프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봐도 되겠다.”
한국 골프의 경쟁력은 결국 골프 팬이라는 말을 하셨다. 팬의 중요성을 실감한 경험이 있는지.>>>
“팬이 없는 프로 세계란 건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KLPGA 투어 대회장만 가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피켓 들고 응원하고 모자랑 옷 맞춰 착용하고 그런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선수를 응원하는 열기가 엄청나게 뜨거웠던 일본도 요즘은 그런 게 없다더라. 한국 골프대회의 팬 문화는 굉장히 단단하고 견고하다. 이를 바탕으로 KLPGA 투어의 인기는 아마 굉장히 오래 갈 거다. 팬의 존재는 투어를 떠받치는 큰 힘이 된다. 우리 협회는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선수를 계속해서 많이 배출하는 것이 역할이다. 프로에 가서 대형 선수로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유망주들을 어떻게 길러낼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과학적인 기법을 구축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코스가 베일에 가려있었다.>>>
“아무도 못 들어가게 돼있어서 누가 유리하고 불리할 것 없이 각국이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우리는 중국골프협회 쪽에 협조를 구해서 받을 수 있는 자료는 어떻게 해서든 구하려 했다. 협회 간 관계를 잘 활용해서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R&A의 책임자에 따르면 대회가 열릴 골프장은 최근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쳤다. 아시안게임 골프는 각국 출전 선수의 수준을 고려해 코스 세팅 난도를 ‘중’ 정도로 해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땐 사이타마한국상공회 회원들이 큰 힘이 됐다. 협회와 공조로 골프장에서 가까운 숙소 예약을 하고 대표팀 식사도 책임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 때도 그런 인적 네트워크가 가동될까.>>>
“그렇다. 특히 파리는 2년 전부터 두 차례 방문해 둘러보고 확인할 것은 대부분 확인하고 왔다. 그쪽 교민 사회와 얘기가 다 된 상태다. 아시안게임 또한 항저우 지역 한인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실 거다. 국제 대회 때 현지 계신 분들의 생생한 정보와 도움은 정말 큰 힘이 된다. 그래서 국제 대회 때면 늘 현지 지원부터 챙긴다.”
파리 올림픽도 이전 두 차례 올림픽처럼 최경주, 박세리 감독 체제로 가는 건가.>>>
“굉장히 조심스러운 얘기다. 올림픽에 꼭 남녀팀 감독이 구분돼서 가야 한다는 그런 규정은 원래 없다. 선수들이 느낄 안정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앞선 두 번을 그렇게 남자팀 최경주 감독, 여자팀 박세리 감독으로 갔던 거다. 사실은 협회에서 무리하게 요청을 해서 모신 거라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세 번 연속으로 무리한 요청을 하기도 곤란한 면이 있지만 분명한 건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다. (올림픽 시점에 세계 랭킹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한국 여자 선수들이 4명 출전할지, 2명만 나가게 될지도 불확실한 상황 아닌가. 시간을 두고 상황을 봐가면서 감독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내년 상반기에 논의하게 될 거다.”
도쿄 올림픽에서 아쉬운 노 메달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은 어떤 건지.>>>
“냉정하게 말해 (메달이)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골프에 뛰어드는 여자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그들은 일단 압도적인 피지컬을 갖고 있다. 제대로 운동하는 선수들이 골프에 많이 들어왔단 얘기다. 우리 선수들도 피지컬 쪽으로 중점적인 보강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무대에서 쉽지 않을 거다. 올림픽이 특히 어려울 거고 LPGA 투어도 그런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강한 체격과 체력을 기반으로 한 장타에 발맞춰야 할 것이다.”
경기로서 한국 골프가 위기라고 보시나.>>>
“위기라기보다는 트렌드가 변하고 있으니 우리도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유소년 단계부터 기초 체력을 강하게 다지지 않으면 점점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 협회가 할 일도 많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피지컬 강화 시스템을 준비하겠다.”
골프를 치는 게 좋으신지, 골프 행정이 더 재미있으신지.>>>
“치는 게 좋지. 다만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 칠 뿐이다. ‘훨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행정보단 치는 게 더 재미있다.”
일로서, 행정으로서 골프의 매력은 무엇인가.>>>
“글쎄, 돌아보면 협회에서 국가대표와 관계된 일(이사, 선수강화위원장, 각종 국제대회 선수단장 등)을 한 게 벌써 20년이다. 어릴 때부터 봐온 선수가 쭉쭉 자라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야말로 훌륭한 선수가 되고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 그런 게 가장 큰 매력 아닌가.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선수가 나중에 세계 랭킹 1등이 되고. 협회 전체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골프 국가대표 상시 운영에도 기여하지 않으셨나.>>>
“그렇기도 하지만 지금 자부심을 가질 만한 건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이 완성됐다는 거다. 이전까진 선발전에 의존했었다. 선발전 때 하필 컨디션이 뚝 떨어진 바람에 잘 치는 선수인데 떨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포인트가 매겨져 1년을 치고 나면 대한골프협회 랭킹이 자동으로 나오게 된다. 이 랭킹 시스템에 의해서 국가대표가 선발되는 것이다. 일단 대표로 뽑히고 나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LPGA 투어 선수들이 하는 운동과 똑같은 수준의 훈련을 통해 기량이 높아진다.”
선수 지망생 박세리를 처음 봤을 때 소질보다 연습량이 눈에 들어왔다고 하셨다. 주니어 때부터 큰일 낼 선수라는 느낌을 받으셨나.>>>
“그럴 리가. 지나고 보니 특별했다는 거지 장래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나. 다만 박세리 선수가 유독 연습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20년 넘게 여러 선수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다 보면 결국은 스스로 노력하는 선수가 승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재능이 노력보다 큰 거 아닌가.>>>
“국가대표 선수들한테 이런 얘길 한다. 타이거 우즈는 지금도 하루 1800개씩 연습볼을 친다고. 우즈뿐 아니라 세계 최고라고 하는 PGA 투어 뛰는 선수들 대개가 그렇다. 1000~1500개. 평생 연습한 볼을 계산하면 600만~700만 개라는 얘기가 나오더라. 그래서 대표 선수들한테 이렇게 묻는다. 지금까지 골프 하면서 친 공이 100만 개는 되느냐고. 연습이란 건, 노력이란 건 이런 거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제법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세계적인 선수로 가는 길에 들어서려면 상상 못할 만큼의 연습량이 필요하단 거. 골프는 더더욱 그렇다.”
박세리도 그렇게 연습에 매달렸나.>>>
“미국 진출해서도 하루 10시간씩 연습했던 선수다. 꼭 박세리 선수를 찍어서 얘기하자는 건 아니고 지금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전부 엄청난 연습량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는 거다. 연습량이 뒷받침된 선수는 결국 리더 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기 마련이다. 반대로 어느 순간 리더 보드에서 안 보인다 하는 선수는 결국 연습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박세리 감독이 TV 등 방송계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시면 어떤가. 어릴 적부터 끼가 있었나.>>>
“그 정도까진 잘 모르겠지만 자기도 모르는 탤런트가 있단 걸 알게 된 거 아닐까. 그때부터는 거기 맞춰서 하다 보니 또 잘한단 얘길 듣는 거고. 아주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박세리 감독을 비롯해 여러 선수를 보이지 않게 꾸준히 지원하셨다. 유망주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애틋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여건이 어렵다. 골프장이나 연습장 이용에서부터 학교생활이라든지 주변을 둘러싼 모든 여건 속에서 선수로 나아간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뿐이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일 리가 없고 그저 일방적으로 물길을 보내주는 거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이를테면 사명감 같은 것도 작용한다고 봐야 할까.>>>
“‘특정 선수가 꼭 잘 돼야 한다’ 이런 접근이 아니라 가능한 한 주변의 많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려 한다. 골프장 업계에 오래 몸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이를 이용한 것뿐이다. 특별한 사명감에 의한 건 아니다. 그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한 거다.”
반대로 과거에 회장님에게 큰 도움을 주신 은인이 있다면.>>>
“하루하루 그런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 해왔던 일들도, 지금 맡고 있는 일도 주변의 많은 분들 도움이 아니라면 못 하는 거다. 한 가지 말씀드릴 건 우리나라에 박세리 같은 선수가 나와서 골프가 단시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한골프협회를 구성하고 있는 골프장들의 공이 굉장히 크다는 거다. 골프장들이 50년 전부터 협회를 만들어 회비를 걷고 선수 육성을 지원했다.”
그런 맥락에서 10년, 20년 전보다 주니어들의 연습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연습 그린 개방이라든가 그린피 할인 등의 지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더라.>>>
“국가대표나 상비군 선수가 있으면 우리 협회 회원사 골프장에 요청해서 선수가 있는 그 지역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의 공군부대 골프장과 연습장에 학생 선수들이 와서 연습할 수 있게 배려하겠다는 공군본부의 연락도 받았다. 17개 시도 협회의 아이들이 그 지역 골프장에서 충분히 기량을 연마할 수 있도록 중앙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나가겠다.”
1970년대 대표 선수도 지내셨다. 선수로서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40년도 더 된 일이라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땐 저 같은 아마추어가 프로 대회에 나가는 자체가 드물었다. 아버님 덕분도 있고 워낙 골프를 좋아하고 해서 나갔던 거지.”
베스트 스코어가 6언더파라고 알려져 있다.>>>
“협회 기록에도 있긴 할 거다. 워낙 오래된 일이고 지금 기준으론 거의 장난 비슷하게 나가서 친 거라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 자꾸만 주변 사람들이 선수였단 얘길 끄집어내곤 해서 그럴 때마다 부담이 굉장히 크다. 특히 골프 치러 갔을 때 그런 얘기가 나오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스코어에 연연하는 골프는 안 한 지 오래다. ‘에이지 슈트’ 이런 것도 신경 안 쓰고. 그저 운동 삼아 걷는 자체가 좋다.”
협회장 자격으로 시상을 하거나 할 때 아버님 생각이 많으시겠다.>>>
“아버님이 워낙 골프를 좋아하셨고 협회 일도 오랫동안 보셨고 해서 아버님이 하시던 걸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봐왔다.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가다가 여기까지 온 거다. 어쨌든 아버님은 맡은 바 없던 대한골프협회장 직을 아들이 맡았으니 어머님이 제일 기뻐하신다.”
(강 회장의 선친인 강민구 전 유성CC 명예회장은 1975년 유성CC의 문을 열고 골프 꿈나무 육성에 앞장섰다. 여자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은 한국 골프 발전에 공헌한 강민구 명예회장을 기리는 대회다.)
아버님 영향이 아니었어도 골프 외길을 걸었을까.>>>
“글쎄. 하여튼 아버님 때문에 1967년부터 골프를 쳤다. 골프채가 귀하던 시절이라 하나 생기면 부지런히 닦았다. 껴안고 잘 정도로 좋아했다. 그렇게 열 살 때부터 골프를 배웠다. 다른 운동도 많이 했지만 이상하게 골프가 저한테 맞았다.”
현 정부 체육 정책의 모토가 ‘스포츠 프렌들리’라더라. 그중에서도 학교 체육 활성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골프도 어린이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까.>>>
“학교 체육이 축소되던 시기에 학생 선수가 나갈 수 있는 골프대회는 1년에 고작 3개였다. 이제 좀 완화가 됐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일선 학교들과 적극 논의하겠다.”
LPGA 투어에서 태국과 태국계, 중국 등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결과라고 봐야 하나.>>>
“그렇진 않다. 중국, 태국 등 나라마다 시스템이 다 다르다. 앞서 말한 것처럼 LPGA 시장이 10년 전과 비교해 굉장히 커졌다. 상금 규모만 봐도 그렇다. 파이가 커지니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진 거다. 태국, 중국의 강세도 그런 흐름의 하나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한국은 KLPGA 투어라는 단단한 마켓이 있기 때문에 굳이 LPGA로 가려 하지 않는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선택에 간섭할 일은 아니다.”
임기 동안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추진해야 할 일은 어떤 건가.>>>
“선수를 위한 협회의 시스템과 관련한 일이다. 예를 들어 일본 협회는 PGA 투어 시스템과 맥을 같이하는 호주의 시스템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이미 10년 전부터 노선을 정하고 발전을 꾀한 결과 육성 시스템의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우리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계속해서 오픈하고 뭔가 새로운 걸 받아들여 적용해보는 과정에서 최선이 나오는 거라고 본다. 새로운 회장이 체질을 좀 바꾸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트레이닝 시스템부터 여러 가지로 좀 더 업그레이드해야 할 분야가 많이 있다.”
PROFILE
출생: 1957년 | 학력: 경복고-고려대 경영대-미국 캠벨대-미국 벨헤이븐대 명예경영학박사
주요 경력:
1998년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이사
2004년 대한골프협회 이사·선수강화위원장
2008년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회장
2013년 대한골프협회 상근부회장
2014년 국제골프연맹(IGF) 행정위원
2020년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이사
2023년 대한골프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