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에도 '플립폰'이?…그때 그 광고로 보는 삼성·LG 이야기① [노우리의 플러그인]

1969년 금성사가 국내 최초 세탁기인 백조세탁기(모델명 WP-181) 광고모델인 배우 최불암 씨. 사진제공=LG전자

‘애니콜 디지털 ‘플립형’ 탄생‘.


'빨래는 금성 백조세탁기에 맡기시고 귀중한 신혼의 꿈을 가꿔보세요.'


광고는 시대를 담는다고 합니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각색 방법으로 돋보이도록 꾸민 콘텐츠에 당시 소비자의 욕망이나 시장 상황이 고스란히 배어있기 때문이겠죠. 오늘 플러그인에선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대표 제품군들의 ‘그때 그 광고’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세탁기와 함께라면 능률적인 가정관리 가능” 강조…금성사의 ‘백조세탁기’


1969년 금성사가 국내 최초 세탁기인 백조세탁기(모델명 WP-181) 광고. 빨래는 세탁기에 맡기고 그 시간에 다른 집안일을 할 수 있어 ‘능률적인 가정관리’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생활가전 중 필수품으로 취급받는 세탁기는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 가전’이었습니다. 1969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선보인 국내 최초의 세탁기 ‘백조 세탁기’ TV 광고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버전 영상 광고에선 세탁기가 가정주부에겐 세탁기가 ‘능률적인 가정관리’의 원천이라고 말하고, 야구선수에겐 빨래에 드는 시간 낭비를 줄여 ‘스트라이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합니다. 1970년대 초 광고에선 배우 최불암 씨가 등장해 “백조 세탁기는 아주 튼튼하고 경제적”이라고 거듭 외치기도 합니다. 그 당시 세탁기가 기존에 없는 ‘신가전’인 만큼 굳이 집에 세탁기를 들여야 하는지 설파한 것이죠.


최초의 백조 세탁기 모델은 1.8kg 용량에 세탁조와 탈수조가 따로 분리돼 세탁이 끝나면 탈수 통에 옮겨 담아야 하는 구조의 제품입니다. 세탁기 최대 용량이 25kg에 달하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합쳐진 신제품이 등장한 지금에 비하면 용량도 적고 기능도 기초적이지만, 당시에는 손을 대지 않아도 빨래가 된다는 것만으로 ‘집안일 현대화’의 첨병처럼 여겨졌습니다.


2019년에는 백조 세탁기 출시 50주년을 맞아 '한국인의 세탁'이라는 제목의 기념 광고도 등장했는데요. 최불암 씨가 다시 등장해 백조세탁소라는 이름의 오래된 세탁소를 방문해 본인이 모델을 맡았던 백조세탁기를 추억하는 내용으로 꾸려졌습니다.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탁기가 이제는 생활에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됐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알람·9가지 벨소리도 ‘혁신’…국내 최초 ‘플립폰’ 모습은?


삼성전자 애니콜 ‘SCH-200F’의 1996년 광고.

국내 최초의 ‘플립폰’은 27년 전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삼성전자 애니콜 ‘SCH-200F’의 1996년 광고를 보시죠. 애니콜 최초의 플립폰인 만큼 ‘견고한 디자인과 착탈식 플립설계로 사용이 더욱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알람 기능 △9가지 벨소리 선택 기능 △국제 시각 표시 기능 △자기번호 송출 기능 △인사말 변경 기능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기본적인 기능으로 여겨지지만, ‘전화’에만 충실했던 초기 휴대폰 시장에서 나름대로 혁신을 추구한 시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광고 하단 ‘한국 지형에 강하다’라는 카피에선 그 당시 휴대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의 흔적도 보입니다. 모토로라가 1983년 최초의 상용 휴대폰을, 1989년 최초의 플립폰 '마이크로택(MicroTAC)'을 내놓으며 세계 1위로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애니콜은 산이 많은 한국 지형에 맞춰 개발한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죠.


이로부터 불과 30년도 지나지 않아 플립폰과 폴더폰, 바형 스마트폰 등 수많은 폼팩터의 진화를 거쳐 결국 삼성전자가 또다시 ‘플립형’ 스마트폰으로 흥행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40년 전 ‘첨단 반도체’ 꿈도 광고에…새벽근무 일화 담기도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 시기 삼성의 반도체 지면 광고. 사진제공=삼성반도체이야기

전자산업의 핵심인 반도체는 어떨까요? 그때 그 시절 반도체 광고에는 산업 후발주자로서 겪어야 했던 험난했던 개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삼성 반도체의 1983년 광고에선 ‘삼성은 이 땅에 첨단반도체 꽃을 피우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반도체 산업 고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이 녹아있습니다. ‘기술개발만이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길,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고도의 첨단기술개발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하는데요. 삼성이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첨단 반도체를 개발했다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이는 당시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놓고 줄지은 반대 여론에 대한 나름의 항변으로 보입니다. 당시 고(故)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 회장이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 결심을 밝히자 ‘3년 안에 실패할 것’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반도체 산업 진출은 위험하다’ 등 싸늘한 반응에도 반도체 개발을 이어가야 하는 명분을 제시한 것이죠.



1990년 16M D램 개발 일화를 담은 ‘새벽 3시의 커피타임’ 지면 광고. 사진제공=삼성반도체이야기

하루 만에 사라진 ‘비운의 광고’도 있습니다. 1990년 나온 ‘새벽 3시 커피타임’이라는 제목의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실제 16M D램 개발에 매진하던 연구진들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해당 분야의 연구원이 밤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동료들을 불러 커피 잔을 들고 회의실에 모였는데 그 시각이 새벽 3시였다는 내용입니다. 밤낮을 잊은 열정과 커피 찻잔이 반도체 웨이퍼로 보일 정도로 연구에 몰입한 덕분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세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는 문구도 담겼습니다.


그러나 이 광고는 하루 만에 신문 지면에서 사라졌습니다. “반도체를 빨리 키우려면 우수인재를 확보해야 하는데 당신 같으면 새벽 3시에 커피타임 갖는 회사에 입사하겠느냐”는 비판적인 반응이 삼성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 근무제도 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현황과도 맞물리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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