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구성원 동의 이끌어내야”

■[김명수 6년 기획, 남겨진 과제]
‘김명수표’ 인사제도 전면 수정 불가피
“과거로의 회귀는 반발 불러올 수도
판사들 신뢰할만한 해결책 내놔야”
‘사법부 독립성’ 강화 의지도 중요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23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사법의 정치화’가 꼽힌다. 특정 연구회 출신들만 요직에 앉히는 ‘코드 인사’로 법원이 이념 편향적 판결을 내놓는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받아왔고,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법관 대거 이탈과 재판 지연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출발인 ‘김명수표’ 인사 제도 수정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사법부 정상화를 위해선 구성원들의 신뢰와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 내 실적주의 시스템 붕괴는 엘리트 법관들의 이탈을 불러왔다”면서도 “지난 6년 간 법원 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회귀는 ‘법난(法亂)’과 같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순히 ‘고법 부장판사 제도’ 부활이나 ‘법원장 추천제’ 폐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장은 기존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정도였다면 새 대법원장은 무너진 시스템을 복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미 김명수 체제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당장 개혁이란 목표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사법의 정상화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이미 구성원들에게 익숙해진 현행 체제를 과거로 다시 돌려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법부 정상화를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적절한 의견 수렴과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사법부의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런 차원에서 신임 대법원장은 개혁을 진두지휘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면서도 “무리한 변화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유능한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지 않을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급선무다. 경력직 법조인을 선발하는 법조일원화로 판사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추가 이탈을 막는 게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을 대폭 늘리지 않는 한 재판 지연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 지연보다는 불성실 재판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승진이라는 유인이 사라지면서 유일하게 해외연수로 유능한 판사들을 붙잡아두고 있는 게 사법부의 현실”이라며 “판사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 명성 등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인을 회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편향적 판결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돼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신임 대법원장이 구성원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 교수는 “대법원장이 ‘코드 인사’로 지명됐다는 인상을 심어줄 경우 자칫 법관 추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청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 의지를 표명하는 게 사법 개혁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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