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풀가동하고 있습니다"…뛰는 유가에 활기 도는 정유사[biz-플러스]

울산 CLX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공장 가동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달 13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이 정유화학단지에서 비교적 최신인 2008년에 지어진 중질유고도화공장을 찾았다. 수십 대의 모니터로 공장 내 자동화 공정을 살펴보던 권영섭 석유3공장 부장은 "최근 시황이 좋아진 덕분에 공장 가동률을 올렸다"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90달러를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자 상반기와 달리 쉴새없이 가동할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찾은 울산CLX는 1962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가 제1정유 공장을 건설한 이후 현재 제5공장까지 수를 늘렸다. 이 곳에선 하루 평균 84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한다. 이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3억 8000만 잔에 달하는 양으로 미국 전체 인구에게 한 잔씩 돌리고도 남는 수준이다.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에 단지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입구부터 얽혀있는 수많은 파이프라인이 눈에 띄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파이프를 모두 합친 길이는 총 60만km 정도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38만km이니 왕복을 하고 남는 셈이다. 색색깔의 파이프라인에는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와 중질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이 각각 흐르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여기서 정제한 원유를 지하에 매립된 장거리 송유관과 수출선에 실어 나른다. 국내용인 장거리 송유관 길이는 약 434km로 이곳을 출발한 석유제품은 대구와 대전을 거쳐 성남까지 전달된다. 시속 4.52km로 4일 걸린다.


수출품은 울산CLX가 보유한 8개의 자체 부두를 통해 나간다. 외항부두에 위치한 제5부두부터 제8부두까지는 에펠탑보다 길이가 긴 32만톤급 유조선까지 접안할 수 있다. 이날도 공장과 멀리 떨어진 부두에서 대형 유조선이 원유를 하역하고 있었다.



1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최근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90달러를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자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종가 대비 0.8% 상승한 90.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14일 올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한달 내내 연중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각각 하루 100만, 30만 배럴 감산 조치를 시행했는데, 최근 이를 올해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내 원유 수요 급증도 유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자 정유업계는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정유사는 원유를 휘발유, 경유, 윤활유 등의 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이때 석유 제품 가격에 유가를 연동시키기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매출이 증가한다.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가 되는 정제마진도 10달러 중반대를 넘었다. 이달 둘째주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6.8달러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만해도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밑돌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정유사들은 올 하반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석유 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10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적자를 내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수익성 증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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